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또 늘릴 모양이다. 국민연금은 28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를 열어 중·장기 전략자산배분 계획을 심의, 의결한다. 정부와 연금측은 향후 5년간 국내주식목표비중을 종전 14.9%에서 19.9%로 5%포인트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전략적·전술적 배분 허용범위까지 더하면 한도가 24.9%까지 높아진다. 주식비중이 목표치를 넘더라도 기계적 매물 출회를 막는 장치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기금위가 올해 1월 말 보유 한도를 0.5%포인트 확대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이번 목표 비중 상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코스피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한도가 이미 꽉 찼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지난해말 264조원에서 올해 2월 말 현재 395조원으로 130조원 이상 불어났다. 비중이 24.5%까지 늘어났는데 최근에는 코스피가 더 올라 27%(46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목표대로라면 막대한 주식매물이 쏟아져 증시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대목도 한둘이 아니다. 우선 장기 수익이 중요한 연금의 운용 방식을 단기 상황에 맞춰 ‘조변석개’식으로 바꾸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2017년부터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자산운용규모가 1600조원을 웃돌아 ‘연못 속 고래’라 불리는 연금을 담기에는 국내 시장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주식비중을 무작정 늘릴 경우 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21년 코스피 고점 당시 전략배분 허용범위를 늘렸다가 이듬해 침체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역대 최악의 손실(―8.22%)을 냈다.
연금이 많은 수익을 내는 건 반길 일이지만 실현되지 않은 평가이익일 뿐이다. 주가가 마냥 오를 수는 없고 고수익도 지속되기 어렵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머지않아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아진다. 그때 국민연금의 주식매물이 쏟아져 증시폭락과 연금 수익률 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험분산을 반영한 균형 잡힌 중기 자산 배분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지난해 말 환율이 급등하자 국민연금이 동원돼 급한 불을 껐다. 정부가 툭하면 연금을 환율방어나 주가 부양 등 정책수단으로 삼는 건 금물이다. 연금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불리는 일이다. 정부의 어떤 정책도 이 목표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기금 운용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증시호황 덕에 숨통이 트인 지금이야말로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다. 국회는 지난해 3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안을 통과시켰지만 위기 봉합 수준에 그쳤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은 조속한 후속 개혁을 약속했지만 1년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기금 고갈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경제 상황과 인구변화를 반영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기초·퇴직·공무원 등 직역연금을 아우르는 구조개편이 시급하다. 이번에 실기하면 기회는 다시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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