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열차 안에서 40대 남성 A씨가 인화물질로 방화를 시도하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기였지만 한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 덕분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대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문송학 주무관이다. 문 주무관은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해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며 큰 피해를 막아냈다.
대형 사고나 참사 같은 극한의 위기 앞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먼저 돌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든 ‘시민 영웅’들이 있었다.
순간의 망설임 없이 이웃의 생명을 구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또 다른 시민 영웅들의 근황을 짚어봤다.
◆ 안암역 지하철 선로 의인 김대현씨
2005년 11월 3일 오후 9시쯤, 서울지하철 6호선 안암역 승강장을 걷던 다섯살 어린이가 발을 헛디뎌 선로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열차가 진입한다는 안내방송이 역내에 울려 퍼졌다.
아이의 어머니가 발만 동동 구르던 그 순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김대현씨가 반대편 승강장에서 아이를 향해 선로로 뛰어들었다.
아이를 안고 반대편 승강장 방향으로 이동한 김씨는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아이를 먼저 올려 보내고 자신도 몸을 피했다. 그의 빠른 판단 덕분에 아이는 무사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김씨가 발휘한 용기는 ‘0.3초의 진실’이라는 KTF(현 KT) 광고로 이어졌고, 영상을 본 이들은 그의 용기에 경의와 찬사를 보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씨의 근황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빅페이스’에서 전해졌다.
자영업자로서 살아가는 그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상에는 “대박 나셨으면 좋겠다”, “돈쭐내러 가겠다” 등 네티즌들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김씨도 직접 댓글을 달아 “내가 구했던 친구와 그 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다”며 훈훈한 안부를 건넸다. 비록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위기의 순간 빛났던 그의 용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김씨는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를 알아봐 주시는 손님들도 계시고, 응원과 격려를 주시는 손님들도 계시다”며 “손님들께 격려의 말씀을 들으며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2020년 군포 아파트 화재 ‘사다리차’ 영웅 한상훈씨
지난 2020년 12월, 경기도 군포시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사다리차 작업을 하던 29세 한상훈씨는 주민 3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불길에 휩싸인 아파트 12층에서 한 여성이 구조를 요청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사다리차를 이동시켜 여성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이어 15층에서도 절박한 구조 신호가 보내졌다. 아파트 꼭대기 층인 15층은 사다리가 닿기 힘든 아찔한 높이였다. 한씨의 사다리차는 안전 규칙상 최대 38m까지만 길이를 확장할 수 있었고, 15층에 닿으려면 최소 41m를 넘겨야 하는 한계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차량에 설치된 일부 안전장치를 해제한 뒤 사다리를 끝까지 밀어 올렸다. 오직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한씨의 빠른 판단 덕분에 15층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던 초등학생 남매 2명을 추가로 구해낼 수 있었다. 소방헬기까지 투입될 만큼 긴박했던 대규모 화재 현장에서 그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한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차가 부서져도, 제가 다쳐도 사람을 살리는 게 최우선이었다”고 말해 큰 감동을 안겼다.
그는 경기도 의왕시 일대에서 사다리차 업체 ‘청년사다리차’를 운영 중이다.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씨는 “다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망설임 없이 인명 구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영웅으로서의 책임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타인의 생명을 살려 많은 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했던 시민 영웅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여전히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단순한 미담 확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보여준 이 같은 선택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위기 상황 속에서 나타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 의식이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시민 영웅이나 의인들이 우리 사회에 등장할 때 ‘선한 영향력’은 힘을 얻는다”며 “이들의 행동을 본받고자 하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긍정적인 사회적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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