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출입 별도 검색 절차 없어
행사 30분 만에 총성 ‘아수라장’
“최소 한 발 발포”… 인명피해 0
총기사용 기소… 단독소행 무게
트럼프, SNS에 당시 영상 올려
“美대통령 위험한 직업” 너스레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25일(현지시간)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암살 시도 의심 사건 용의자는 여러 종류의 무기를 들고 행사장에 진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참석자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용의자 단독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란 전쟁과는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을 종합하면 사건은 행사가 시작(오후 8시)된 지 30여분 만에 발생했다. CNN, CNBC뉴스 등은 “국가 연주가 끝나고 만찬이 시작된 직후인 8시35분쯤 총성이 잇따라 들렸다”고 전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5~8발 정도의 총성이 들렸다고 했다. 곧바로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랐고, “총격 발생”이라고 외쳤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시스팬(C-SPAN)이 공개한 사건 당시 연회장 내부 중계 영상을 보면 만찬장 앞쪽 헤드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연회장 밖에서 총격 소리가 들리자 대화를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을 응시했다. 경호원들이 움직이자 멜라니 여사가 가장 먼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고, 트럼프 대통령은 요원들의 경호에 따라 한 박자 늦게 몸을 낮추고 연회장 밖으로 대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쟁반이 떨어진 소리인 줄 알았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공개된 현지 언론 사진에는 연회 참석자들이 바닥에 엎드리고 테이블 밑과 의자 뒤로 몸을 숨기는 긴박한 장면이 포착됐다.
뉴욕타임스(NYT) 숀 맥그리시 기자는 자신이 그 현장에 있었던 언론인 중 한 명이었다면서 “연회장 밖에 있었는데 턱시도를 입은 요원들이 총을 꺼내어 무도회장 쪽으로 달려갔고, 흰 재킷을 입은 케이터링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계단으로 달려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캐시 파텔 미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두 남자를 데리고 복도를 질주하며 달려왔고 최고 내각 관리들이 대피하면서 혼란에 휩싸였다”면서 “비밀경호국 요원이 나를 화장실로 안내한 직후 총격이 시작됐다”면서 “비명과 접시 깨지는 소리 등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총격범의 모습이 찍힌 24초짜리 폐쇄회로(CC)TV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지키고 있는 보안 검색대를 한 남성이 전속력으로 달려 지나치는 장면이 담겼다. 흐릿한 화면에서도 오른쪽에 길쭉한 무기를 지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성이 빠르게 달려가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일제히 총을 꺼내어 그에게 겨누고 쫓아간다. 이어지는 장면은 영상에 나오지 않았으나 요원들이 남성을 제압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는 연회장 내부까지 진입하지는 못했다. 비밀경호국은 사건이 주요 금속탐지기 검색 구역 근처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체포 당시 그는 산탄총과 권총, 여러 개의 칼 등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원 1명은 총격을 받았지만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어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이 요원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용의자도 총상을 입지 않았으나 병원에서 검사 등을 받았다. 지닌 피로 워싱턴 연방검사장은 “그가 가능한 한 많은 해악과 피해를 주려 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힐튼호텔 밖에는 경찰이 대거 배치됐고, 만찬장 입장 때는 모든 참석자가 보안 검색을 받아야 했지만 호텔 출입 자체에는 별도 검색 절차가 없었다. 제프리 캐롤 워싱턴 경찰청장 대행은 “용의자가 최소 한 발을 발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용의자를 총기 사용과 공무원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매우 위험한 직업으로 꼽히는 카레이서 사망률이 0.1%”라며 “(미국) 대통령을 보면 5.8%이고, 약 8%는 총격을 당한다. 누구도 내게 이것이 이렇게 위험한 직업이란 것을 얘기해주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오늘 저녁 일어난 일들에 비춰볼 때 저는 모든 미국인이 마음을 다해 다시 헌신하고 우리의 이견을 평화롭게 해결할 것을 요청한다”며 “우리는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건물은 매우 안전한 건물이 아니다”라며 “백악관에 보안이 강화된 자체 연회장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대통령과 언론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행사다.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며 소송까지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처음으로 이 만찬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날 총격 사건에 대해 미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유럽, 이스라엘,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지도자들도 ‘정치적 폭력 행위’를 비판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미국과 이란 간 평화회담을 중재하고 있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 파키스탄 총리도 엑스(X)에 “총격 사건 소식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모두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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