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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깔까?” 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서늘한 응수…암 투병 후 악플러 ‘참교육’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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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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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카퍼레이드 거리에 세운 임대 수익의 실체, 30년 노동의 숫자로 비아냥을 잠재운 법

도쿄 시부야를 마비시켰던 ‘아시아 프린스’의 조명은 꺼졌다. 그 자리에는 갑상선암 투병이라는 터널을 지나 돌아온 서른 후반의 장근석이 서 있다. 1인 미디어의 바다에서 “한물갔다”는 비아냥은 대중이 과거의 아이콘을 해체하는 냉혹한 방식이다. 그러나 장근석은 굴복 대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통장 깔까?”라는 도발적인 한마디는 비난의 화살이 닿지 않는 높이에 구축한 ‘1300억원’의 보호막을 실체로 꺼내 보인 단호한 응수다.

농담처럼 던진 이 한마디는 33년 노동의 결과물을 수치로 증명하겠다는 장근석의 자신감이다. 유튜브채널 ‘나는 장근석’ 캡처
농담처럼 던진 이 한마디는 33년 노동의 결과물을 수치로 증명하겠다는 장근석의 자신감이다. 유튜브채널 ‘나는 장근석’ 캡처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타인의 박수에 존재를 증명한다. 인기가 사그라드는 순간 가치도 소멸한다는 불안감은 대중의 시선에 모든 것을 맡기는 이들을 자기 검열의 굴레에 가두지만 장근석은 달랐다. 6살에 아역으로 시작해 33년 동안 카메라 앞을 지켜온 그는 팬들의 환호가 얼마나 찰나에 불과한지 체감해온 인물이다. 유튜브 채널 ‘나는 장근석’에서 그가 꺼낸 “통장 깔까?”라는 카드는 단순한 재력 과시가 아니다. 자신을 향한 무분별한 비아냥에 대해, 33년 노동의 결과물인 ‘숫자’로 그 무게를 환산해 보라는 경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는 때로 가장 강력한 물리적 보호막이 된다. 그는 대중의 변덕스러운 반응보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삶을 안전하게 지탱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실제로 그가 다진 기반은 견고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청담동 소재의 부동산, 그리고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핵심 상권 빌딩까지 그가 보유한 자산은 13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특히 시부야 빌딩은 상징적이다. 2010년대 초반, 그가 일본 전역을 뒤흔들며 수만 명의 인파를 몰고 카퍼레이드를 벌였던 바로 그 거리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당시 일본 언론은 그를 ‘근짱’이라 부르며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도쿄 중심가 한복판에 빌딩을 세운 행위는 단순히 부동산 투자가 아니다. 증발해버린 환호성의 자리를 매달 입금되는 월세라는 물리적 실체로 바꿔놓은 결과물이다. 이는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30년 넘는 시간 동안 일궈낸 노동의 대가를 가장 확실한 경제적 영역으로 옮겨놓은 선택이다.

박수가 멈춘 자리에 구축한 현실적 기지. 시부야를 마비시켰던 카퍼레이드 현장의 환호(왼쪽)는 이제 매달 입금되는 월세라는 물리적 실체(오른쪽)로 변모해 그의 삶을 지탱한다. 트리제이컴퍼니·구글 지도 캡처
박수가 멈춘 자리에 구축한 현실적 기지. 시부야를 마비시켰던 카퍼레이드 현장의 환호(왼쪽)는 이제 매달 입금되는 월세라는 물리적 실체(오른쪽)로 변모해 그의 삶을 지탱한다. 트리제이컴퍼니·구글 지도 캡처

 

논현동 빌딩 역시 마찬가지다. 2011년경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 건물은 당시 매입가만 수백억원대였으나 현재 시세는 그 몇 배를 상회한다. 청담동에도 본인 소유의 빌딩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장근석이 연예계 활동의 불안정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왔음을 증명한다. 타인의 평가가 0이 되어도 자신의 삶이 0이 되지 않도록 설계한 33년의 기록이다.

 

그의 당당함 뒤에는 ‘죽음’의 문턱을 넘었던 생존자의 현실 감각이 있다. 2023년 10월 갑상선암 확진 이후 1년여의 침묵은 세상의 평가가 얼마나 덧없는지를 깨닫게 했다. 수술 직후 8일 동안 단 한 마디의 말도 내뱉지 못한 채 천장을 바라보며 보낸 시간은 그에게 실존적 공포를 안겼다. 목소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곧 표현 수단을 상실한 인간의 무력감과 직결되었다.

갑상선암 투병 당시 병실에서 마주한 미음 한 그릇. 생의 끝자락에서 느낀 결핍은 아시아 프린스라는 허명을 걷어내고 인간 장근석을 다시 세우는 동력이 되었다. 장근석 SNS
갑상선암 투병 당시 병실에서 마주한 미음 한 그릇. 생의 끝자락에서 느낀 결핍은 아시아 프린스라는 허명을 걷어내고 인간 장근석을 다시 세우는 동력이 되었다. 장근석 SNS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암으로 분류되지만 목소리가 생명인 배우에게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다. 수술대에 오르기 전 그는 자신이 이룬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명성보다 자신을 지탱해줄 실질적 토대의 가치를 재확인한 것도 이 무렵이다. 암 투병 중에도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삶의 의지를 다졌고, 수술 후 이전보다 훨씬 가감 없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수술 후유증을 딛고 복귀한 그는 과거의 신비주의를 완전히 폐기했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재래시장을 누비며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굴욕적인 상황을 연출하며 망가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스스로 회화화를 자처하며 대중과 섞이는 모습은 인기의 하락이 아니라 허상을 걷어내고 현실에 발을 붙이는 과정이다.

 

최근 예능 ‘구기동 프렌즈’를 통해 드러난 행보도 구체적이다. 꾸준한 기부를 이어온 그는 이제 이름을 내건 재단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소모되지만 시스템은 남는다는 경영적 판단이다. 1300억원의 자산은 개인의 사치를 넘어 자신의 철학을 사회적 영향력으로 바꾸기 위한 동력이다.

모교인 한양대학교에 12억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기탁하며 기부 문화 확산에 나선 모습. 자신의 성취를 사회적 가치로 치환하려는 의지는 구체적인 실천과 기념 명패로 남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모교인 한양대학교에 12억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기탁하며 기부 문화 확산에 나선 모습. 자신의 성취를 사회적 가치로 치환하려는 의지는 구체적인 실천과 기념 명패로 남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는 단순히 돈을 나누는 것을 넘어 시스템을 통해 지속 가능한 나눔을 고민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누적 기부액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한양대학교에 12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기탁한 것을 비롯해, 수술비 지원과 재난 구호 성금 등 그가 지난 33년간 사회 곳곳에 스며들게 한 자금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석이었다. 재단 설립을 향한 의지는 타인의 평가라는 소음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정의하려는 방식이다.

 

우리는 연예인에게 끊임없이 낮은 자세와 겸손을 강요한다. 조금만 자신감을 드러내도 오만이라는 낙인을 찍고 추락한 영웅이 눈물로 반성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장근석은 이 문법을 거부한다. 그는 비난받을지언정 굴복하지 않으며 자신이 일궈낸 결과물들을 숨기지 않는다. 그에게 재산은 악플러의 입을 막는 도구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기댈 필요 없는 독립적인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수단이다.

 

방법은 명확하다.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결과와 매일 아침 카메라 앞에 서는 성실함이다. 장근석의 태도는 숫자로 증명된 노력이 비아냥보다 훨씬 무겁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체적 증거다. 박수가 멈춘 뒤에도 무너지지 않는 삶의 지반을 가진 인간은 결코 한물갔다고 정의될 수 없다. 그는 이제 연예인을 넘어 삶을 직접 경영하고 있으며 재단 설립이라는 새로운 꿈을 통해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 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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