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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 전성기 버리고 아이 살린 ‘독한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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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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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바닥 닦은 신현준·재활 일지 20년 권오중·술병 깬 이상우, 조명 대신 기저귀 가방 든 사연

스크린 속에서 칼을 휘두르던 ‘장군’ 신현준. 그가 쉰 살의 늦은 나이에 얻은 첫째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향한 곳은 축하연장이 아닌 차가운 중환자실 앞이었다. 호흡기 문제로 투명한 유리 벽 너머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핏덩이 같은 아이. 스크린의 주인공은 그제야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았다. 그는 병원 복도 딱딱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신을 향해 울부짖었다. “제발 내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는 절규는 화려한 명성보다 우선하는 생존의 문제였다.

스타 계급장 떼고 아빠라는 이름으로…전성기 버린 레전드 3인의 사투. 영화 ‘은행나무 침대 ’ 스틸컷·MBC ‘궁민남편’·KBS2 ‘불후의 명곡’
스타 계급장 떼고 아빠라는 이름으로…전성기 버린 레전드 3인의 사투. 영화 ‘은행나무 침대 ’ 스틸컷·MBC ‘궁민남편’·KBS2 ‘불후의 명곡’

 

비단 신현준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15명뿐인 희귀 질환을 앓는 아들의 ‘유일한 친구’가 되기 위해 전성기에 커리어를 끊어낸 배우 권오중, 그리고 아들의 자립을 위해 스스로 술병을 깨고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한 이상우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오직 ‘아빠’라는 지독한 본질로 생존 사투를 벌여온 이들의 24시간을 기록했다.

 

■ “내 목숨 대신 가져가라” 장군 신현준이 병원 바닥 닦은 100일

신현준에게 2016년은 가장 잔인한 해였다. 늦깎이 가장이 된 기쁨도 잠시,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각종 호스에 의지해 버티는 아이를 보며 그는 매일 병원 바닥을 닦으며 기도했다. 대중 앞에서는 강인한 영웅이었지만 병원 복도에서는 아들의 미세한 숨소리 하나에 심장이 내려앉는 나약한 부모일 뿐이었다.

 

당시의 공포를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100일”이라 정의한 그는 퇴원 후 삶의 궤적을 완전히 수정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주거 환경을 통제하고, 현장에서도 아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24시간 긴장을 늦추지 않는 투사가 됐다. 오늘날 그는 세 아이의 보호자로서 여전히 아이들의 호흡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는 철저한 생활인의 길을 걷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의 가장 화려한 필모그래피” 아이들을 품에 안고 비로소 진짜 행복을 찾은 신현준. 영화 ‘은행나무 침대’ 스틸컷·신현준 SNS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의 가장 화려한 필모그래피” 아이들을 품에 안고 비로소 진짜 행복을 찾은 신현준. 영화 ‘은행나무 침대’ 스틸컷·신현준 SNS

 

■ “배역은 오직 아들 친구” 전성기 반납한 권오중의 20년

배우 권오중의 시간은 20년 전 아들의 발달 장애 판정 직후 멈춰 섰다.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고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희귀 질환. 전 세계 단 15명뿐인 절망 앞에서 그는 배우로서의 정점을 스스로 반납했다. “내 아이의 유일한 세계는 아빠뿐”이라는 철저한 인식 때문이었다.

 

그는 아들의 식단을 위해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식단을 위해 원재료를 직접 공수하고 매일 수 시간씩 재활 훈련을 전담했다. 업계 동료들이 차기작의 흥행을 논할 때, 그는 아이의 근육 이완 수치와 언어 발달 지표를 일지에 적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권오중은 아들의 전담 매니저로 산다. 가끔의 방송 출연은 생계를 위한 부업일 뿐 그의 실질적인 업은 아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밀어 올리는 일이다.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아이가 혼자 라면 하나라도 끓여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내 인생의 유일한 흥행”이라는 말에는 가장의 날 선 사명감이 읽힌다.

“내 아이의 유일한 세계는 아빠뿐” 배우의 정점을 반납하고 아들의 그림자가 된 권오중의 눈물. MBC ‘궁민남편’
“내 아이의 유일한 세계는 아빠뿐” 배우의 정점을 반납하고 아들의 그림자가 된 권오중의 눈물. MBC ‘궁민남편’

 

■ “아들 죽으면 나도 죽는다” 술병 깬 이상우의 ‘워커스빌’

최근 ‘1000억원 매출’의 신화로 조명받고 있는 이상우.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6개월간의 알코올 의존과 절망의 데이터가 기록돼 있었다. 첫째 아들이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그는 완전히 무너졌다. 현실을 부정하며 술병에 의지한 채 “왜 나인가”라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파괴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아내의 눈물과 아이의 공허한 시선이었다. 그는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직접 설계하기로 결심했다. 발달장애인 100여 명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 ‘워커스빌’을 설립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트럼펫’을 위해 수만 번의 호흡 루틴을 20년째 함께했다.

 

아들이 수영장에 빠졌을 때, 그는 건져 올리는 대신 스스로 물 밖으로 나가는 법을 가르쳤다. 야생 같은 세상에서 아이가 자립할 유일한 수단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아들은 성인 트럼펫 연주자로 무대에 선다. 이상우는 이제 기업가라는 직함 뒤에 ‘아빠’라는 가장 단단한 실질을 거머쥐었다.

절망의 술병 깨고 아들을 무대 위로 밀어 올린 아버지 이상우의 기적. SBS ‘좋은아침’
절망의 술병 깨고 아들을 무대 위로 밀어 올린 아버지 이상우의 기적. SBS ‘좋은아침’

 

돈과 명예, 지상파 1위의 영광은 자식이라는 존재 앞에서 무력했다. 신현준, 권오중, 이상우. 이들은 카메라 렌즈의 빛을 끄고 병원 복도의 서늘한 냉기 속에서 인생의 진짜 승부를 걸었다. 1000억원 자산보다 귀한 것은 오늘 아침 아이가 내뱉는 고른 숨소리이며 대중의 박수보다 값진 것은 아빠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의 투박한 발걸음이다.

 

오늘도 이들은 연예인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진 채 세상에서 가장 독한 직업 ‘아빠’로 생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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