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 낡은 헌법 고치자”
정권 때마다 내각제·분권형 등 논의
여야 셈법에 39년째 공허한 메아리
‘계엄 사태’ 겪으며 다시 개편 목소리
“대통령 지지율 높을 때가 골든타임
지방선거 후 개편 논의 본격화해야”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과 이후의 수습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계엄으로 심화된 여야 간 극한대립이 새 정부 출범 9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제가 정치 양극화를 키운다는 지적과 함께 개헌을 통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개헌을 외치는 목소리가 매번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왔다는 점이다. ‘87년 체제’를 개선하려는 역대 정부의 개헌 논의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도 권력 구조 개편을 포함하는 개헌론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이전 정부 때처럼 추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실패를 반복했던 개헌 논의의 역사를 반추하며, 원인과 개선책을 진단해 본다.
◆번번이 무산된 개헌 논의
1987년 민주화로 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개헌 논의는 끊이지 않아 왔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의원내각제,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전환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논의의 화두였지만 개헌안은 국민투표는커녕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선주자들이 각자의 정치적 득실을 우선시한 탓에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87년 체제 출범 직후의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내각제에 집중됐다. 1988년 시작된 제13대 국회는 헌정사상 첫 여소야대 구조였는데, 김영삼(YS)의 통일민주당과 김대중(DJ)의 평화민주당, 김종필(JP)이 이끈 신민주공화당 등 야3당은 의회 중심의 책임정치를 주장하며 내각제로의 개헌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1990년 합당에 이른 이후 내각제 논의는 동력을 잃었다.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주자유당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YS가 내각제 반대로 입장을 선회하면서다. 또 당시는 민주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국민 여론도 내각제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내각제 개헌 논의는 15대 국회에서 재점화했다가 또 흐지부지됐다.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맺은 DJ와 JP의 ‘DJP연합’이 15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외환위기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을 맞춘 ‘원 포인트’ 개헌 제안이었지만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황이었던 터라 이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야당이 이를 거부하며 무산됐다. 당시 야당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만 신경 쓰는 나쁜 대통령”이라고 반발했다.
그랬던 박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된 직후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4년 연임제 개헌을 임기 내 이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야권에서는 “‘최순실 덮기용’ 개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탄핵 정국으로 전환되면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개헌론은 대통령 임기 초에는 “국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막히고, 임기 말에는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동력을 얻지 못하는 공전만 반복해왔다. 반복되는 실패를 지켜본 문재인정부는 취임 10개월 만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담은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재명정부에서도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된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 차원의 개헌특별위원회 구성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개헌을 제안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17일까지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여야에 촉구했다. 개헌특위가 구성되더라도 여야는 권력구조 개편을 제외한 의제들만 우선 처리하는 ‘단계적 개헌’을 논의할 전망이다.
◆“李대통령, 내년엔 개헌 카드 꺼내야”
‘제7공화국’의 탄생을 위해서는 이 대통령 역시 국정 지지율이 견조한 임기 초반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논의를 주도해야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8년 치러지는 다음 총선을 개헌의 ‘적기’로 짚는 목소리가 많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년 제헌절 즈음이나 후반에 이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만 하는 원 포인트 개헌 카드를 꺼내고, 다음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면 여야 합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만 해소하는 방향의 개헌안을 제시한다면 야당도 합의 테이블에 나올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개헌을 통해 대선과 지선 시기도 일치시키면 합리적인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6·3 지선 이후부터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회장은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한 이양 혹은 분산”이라며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말이 울림이 있을 시기에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나 국회의 개헌 의지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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