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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선택 아닌 생존 조건… 개헌 앞서 선거제 개편을” [창간37-석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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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대담=이귀전 기자, 정리=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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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 <끝>
전환기적 위기 감당할 한국 정치 체력 부족
패자 배제되는 다수제 구조에 갈등 고착화
대통령 5년 단임제 장기 과제 연속성 한계
기존 방식 정치 구조·참여는 낡은 시스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해 협치 물꼬 트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지역주의 타파해야
정치인 특권 내려놓는 ‘정치 교체’ 시대를
6월 지방선거 의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

“전환기적 위기 속에서 협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조건입니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명지대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지역소멸과 인공지능(AI) 디지털 혁명 등으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질서가 흔들리는 국면에서 한국 정치가 이를 감당할 제도적 체력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협치 가능성을 묻자 “현재의 정치구조는 다수제 구조로 승자 아니면 패자”라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선이 제로섬게임으로 굳어지며 야당은 비판에 매달리고, 여당은 대통령과 ‘한 팀’이 돼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명지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협치를 위한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회장은 “현재의 다수제에선 패자가 배제되면서 협치의 공간이 없어진다”며 “복수의 정당이 함께 권력을 창출하고 정부를 구성해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명지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협치를 위한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회장은 “현재의 다수제에선 패자가 배제되면서 협치의 공간이 없어진다”며 “복수의 정당이 함께 권력을 창출하고 정부를 구성해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대통령의 5년 단임제에 대해 “2년 안에 뭘 못하면 끝난다. 3년 차에 레임덕이 시작된다”며 장기 과제의 연속성까지 갉아먹는다고 봤다. 단임제의 경우 전환기 과제(인구·AI·산업 재편)처럼 장기전이 필요한 의제와 충돌한다고도 했다. 윤 회장은 해법으로 개헌에 앞서 선거제 개편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정치구조를 다수제에서 협의제로 바꿔야 한다”면서 “대통령 뽑을 때부터 결선투표제 같은 걸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2차 투표를 앞두고 연합이 형성되고 선거 이후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협치의 설계도’가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지역주의 완화와 다당 진입을 위해선 중대선거구제의 한계를 짚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강화 필요도 강조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 진행한 일문일답.

 

―한국 사회 ‘전환기적 위기’를 어떻게 보는가.

 

“‘전환기’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측면에서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뀐다는 의미다. 지금이 낡은 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전환기라고 본다.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과 고령화이지만, 여기에 AI로 대변되는 기술 발전도 새로운 시스템을 이끌고 있다.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환기의 위기 속,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존 방식의 정치구조와 정치참여는 이미 낡은 시스템이 됐다. 새로운 정치구조, 정치참여 시스템이 필요하다. 승자, 패자만 존재하는 이분법적 진영논리는 갈등과 반목만 조장할 뿐이다. 복수의 정당이 함께 권력을 창출하고 정부를 구성해 국정 운영을 같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환기적 위기 속에서 협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엄청난 권한과 경제력을 가진다. 유럽처럼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싹 바뀔 거다. 정치인이 가진 권한과 혜택을 줄이고 일반인이 정치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 이를 두고 ‘정치교체’라는 표현을 쓴다. 정치 속에 있는 사람도 바뀌고, 정치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제도적으로 협치를 뒷받침하려면.

 

“결국 정치구조를 다수제에서 협의제로 바꿔야 한다. 일각에선 내각책임제가 필요하다 하는데, 한국 정서상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중간지점으로 대통령 선거부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 1차 투표 때 50%를 넘지 못하면 1, 2위 후보와 3, 4위 후보 간 선거 연합이 생기고, 선거 이후 정부의 지분을 주게 된다. 내각책임제 정도의 협치는 아니지만, 정당 간 같이 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개헌이 어렵다면, 대통령 선거제만 바꿔도 사실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결국 기득권이 변해야 하는데.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다만 ‘어렵다’라는 의문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예시가 있다. 총선에서 지역구 1표, 비례대표 1표를 던지는 ‘1인 2표제’가 언제 시행된 지 아는가. 불과 20년 전인 2004년 총선이다. 변화는 불가능하지 않다. 전문가나 언론, 시민단체의 요구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둑은 무너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를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은 충격이었다. 후보자 본인의 문제로 철회했지만, 상대 진영의 인물을 가장 중요한 자리인 예산처에 지명한 것은 내부 반발에도 협치를 실천하려는 대담한 결정이었다. 영수회담이 정례화되진 않았지만, 야당과의 만남도 회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의 대화 후 50억원을 유지하기로 한 것도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으로 평가한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반대로 ‘불통’의 모습을 꼽는다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협치와 야합은 다르다”는 인식은,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해야 대화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5월9일 종료 결정도 사회적 파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야당과의 대화는 부재했다.”

 

―국회의 협치도 낙제점인데.

 

“한국 정치 자체가 협치가 어려운 구조다. 현재의 다수제에선 패자가 배제되면서 협치의 공간이 없어진다. 특히 제로섬게임 구조의 대선에서 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비판에 매달리게 된다. 여당도 대통령과 한 팀이다 보니 행정부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 지금처럼 여대야소 구조에선 더욱 심해진다. 거기다 5년 단임제이니 2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3년 차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여야 갈등도 점점 극에 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의해 ‘동원’되다 보니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국회에 입성할 때는 국가 이익을 위한 의지가 강하겠지만, 원내에 진입한 이후로는 당의 이익을 위해 상대 진영 공격의 선봉에 서도록 압박받는다. 재선에 대한 욕심으로 국가 이익은 점차 뒷전이 된다.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당의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면 온갖 제재를 하지 않나. 정확히 말하면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들이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이런 정치문화의 원인은.

 

“정당의 공천 문제하고도 연결된 부분이다. 공천을 위해 충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개인의 신념과 가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중앙당 지도부의 줄 세우기와 돌격 요구에 무조건 복종해선 안 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의사결정과 행동을 보여야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다.”

 

―비례대표제는 거대양당이 최대 수혜자다.

 

“한국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을 벤치마킹했는데, 캡(상한선)을 씌우고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독일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현재의 비례대표제는 실질적으로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는 게 학계의 결론이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모두 거대 양당이 유리하게끔 판이 만들어져 있다. 정당에게 주는 국고보조금을 교섭단체가 50%를 가져가는 것도 쏠림현상을 유도한다. 권위주의의 유산이라 본다.”

 

―정치 문제에서 지역주의도 빠지지 않는다.

 

“영남에서 민주당,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나오게 하는 방법이 2가지가 있다.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실제로 2022년 지방선거 때 30개 기초의회 선거구에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당선자 109명 중 105명이 거대양당 소속이었다. 선거구를 키워도 양당이 나눠 먹는 상황인 거다. 이에 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열세 지역에서도 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 지역주의를 없앨 수 있는 제도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명지대 교수) /2026.02.03 남정탁 기자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은.

 

“장단점이 확실히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설탕부담금 얘기 등 자잘한 분야까지 대통령이 나서면 아래 부서에서 나서지 않고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추측건대 이 대통령이 압박감을 갖는 것 같다. 집권 2년 차인 2026년에 본인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느끼니, 좋게 얘기하면 열정이지만, 반대로 보면 성과에 대한 조급함이 보인다. 부처의 정책이 자기가 기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방식을 너무 오래하면 안 된다. 단기적으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1년 내내 이렇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좀 더 대통령직에 대한 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4개월 남은 지방선거의 의제는.

 

“집권 초인 만큼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개념은 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방선거 고유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선거다. 특히 최근에는 ‘5극 3특’으로 대변되는 ‘지방분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중앙정부도 지방에 재정과 권한을 넘겨주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보인다. 의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 회장은… ●1968년 대구 출생 ●대구 대건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미주리대 정치학 석·박사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이사장 ●현 명지대 국제교류처장·미래정치연구소장 ●현 한국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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