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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가 아닌 헌법을 지키자 [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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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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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이른바 ‘종교해산법’이라 불리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발단은 특정 종교단체 인사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이었다. 이에 대통령이 종교재단 해산 가능성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 논쟁은 통일교라는 특정 종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어디까지 종교를 규율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선을 넘는 순간 무엇이 무너지는가 하는 문제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정치자금의 불법 제공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만약 통일교 인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엄정한 수사와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응 방식이 개인의 불법 행위에서 종교단체 전체의 존립 문제로 곧바로 비약될 때, 우리는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에서 이탈하게 된다. 법은 집단에 대한 분노를 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책임의 주체를 정확히 가려내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교를 인정하지 않으며,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교분리는 종교가 사회 문제에 대해 침묵하라는 뜻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정교분리란 국가 권력이 종교에 개입하지 말라는 원칙이다. 

 

최근 논의는 이 원칙을 거꾸로 적용하고 있다. 국가가 종교의 발언과 활동을 평가해 ‘정치적이다’, ‘공익을 해쳤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로 법인을 해산시킬 수 있다면, 이는 정교분리가 아니라 국가에 의한 종교 통제에 가깝다.

 

법조계에서도 이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대 법학과 서헌제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논쟁이 확장될 경우 건전한 교회까지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종교단체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별도 법률이 없고, 민법상 법인 해산 요건 역시 매우 엄격하다. 실제 해산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법인 해산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 두는 것은 향후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한 실험이 될 수 있다.

 

헌법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과잉금지원칙이다. 정치자금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이미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형법이라는 충분히 정교한 법체계가 마련돼 있다. 불법이 있다면 개인을 특정해 조사하고, 증거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벌금, 징역, 정치활동 제한 등 단계적 제재 수단도 모두 존재한다. 그럼에도 종교법인 해산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명백히 어긋난다. 개인의 불법을 이유로 종교 전체를 제재하는 것은 책임의 원칙에도 반한다.

 

이 법이 실제로 통과될 경우 예상되는 폐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첫째, 종교단체 전반에 자기검열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차별금지법이나 생명·가정 문제처럼 종교적 양심에 직결된 사안에 대한 발언조차 언제 ‘정치 개입’으로 해석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종교의 공적 발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정권이나 행정부 성향에 따라 법이 선택적으로 적용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종교의 자유를 넘어 시민단체와 비영리 영역 전반의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주목할 점은 기독교계의 반응이다. 표면적으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깊은 우려가 공유되고 있다. 통일교의 문제를 옹호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국가가 종교단체를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을 제도화하는 순간, 그 칼날은 결코 특정 종교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오늘 통일교라면, 내일은 다른 종교나 시민단체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통일교의 호불호 문제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종교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선택 이전에 헌법의 선을 지킬 것인가의 선택이다. 

 

불법은 기존 법으로 다스리고, 종교의 존립은 헌법의 보호 아래 두는 것, 이것이 민주공화국의 기본 질서다. 통일교를 지키자는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충분한 판단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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