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복용한 뒤 운전대를 잡았다면 이전보다 훨씬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경찰청은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하는 ‘약물운전’을 중대 위반 행위로 규정하고, 올해 4월 2일부터 관련 처벌 기준이 강화된다고 최근 밝혔다. 단순한 계도 차원을 넘어 약물운전을 음주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엄정하게 다루겠다는 취지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행 법 체계에서도 약물운전은 가볍게 처벌되지 않는다.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운전면허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상향된 기준으로, 약물운전을 보다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경찰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단속을 회피하려는 행위에 대한 제재도 함께 강화됐다. 약물운전을 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약물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실제 약물운전을 한 경우와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약물 측정 불응죄’가 신설되면서 측정을 거부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약물운전이나 약물 측정 불응으로 단속될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 등 형사처벌과 함께 운전면허 취소 처분 대상이 된다.
재범에 대해서는 처벌이 더 무겁다. 약물운전 또는 측정 불응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뒤 10년 이내 다시 약물운전을 한 경우에는 2년 이상 6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 처벌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건수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4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사고 건수 역시 2019년 2건에서 2024년 23건으로 증가했다. 약물운전이 단순한 개인 부주의를 넘어 제도적 관리가 필요한 위험 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중의 경각심을 키운 사례도 있었다. 방송인 이경규는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물과 감기 증상 관련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는 약 복용 후 운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밝히며 사과했고, 이 사례는 처방약이라도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감기약이나 수면제는 어디까지 주의해야 할까. 경찰청은 약의 이름 자체보다 복용 후 운전자의 상태가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감기약에 포함된 항히스타민제는 물론 수면제,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은 개인에 따라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 반응 속도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약물운전으로 판단될 수 있다.
경찰청은 “복약 후 졸림이나 어지럼 등 변화가 느껴진다면 운전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운전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의사나 약사에게 운전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되면서 ‘몰랐다’는 사유는 더 이상 책임을 피하는 이유가 되기 어렵다.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이라도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운전자 스스로 약물과 운전의 관계를 점검하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남산 케이블카 64년 독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8/128/20260108517225.jpg
)
![[기자가만난세상] 탈모가 생존 문제라는 인식](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2/05/13/128/20220513513395.jpg
)
![[삶과문화] 클래식 음악 앞에 긴장하는 당신에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3/02/10/128/20230210519107.jpg
)
![[박일호의미술여행] 솟아라, 희망과 활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8/128/20260108517164.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