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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국가 수사 역량이 떨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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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5 23:23:37 수정 : 2026-01-05 23:23:35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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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해체, 검사 수사권 박탈 논란
경찰 중립성·수사 역량 믿을 수 있나
대안 미흡해 국민 피해 커지면 역풍
공소청 보완수사권이 ‘마지막 보루’

국가 수사구조 개편이 올해 큰 화두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해체되면 검찰은 직접 수사권을 잃고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 공소청(법무부 산하)이 된다.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수사본부를 포함한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맡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최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박탈하는 내용의 공소청법 초안을 마련했다. 한마디로 검사가 수사 자체를 못하도록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축적해온 수사 역량이 사장되는 건 국가의 큰 손실이다. 날로 진화하는 첨단 범죄, 권력형 비리를 막으려면 국가 수사 역량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검찰청 해체는 국민의 불신을 산 검찰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사 역량이 가장 뛰어난 검사들이 무력화되는 건 다른 문제다. 국가 수사·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져서다. 거물급 정치인, 권력의 최측근들이 속으로 만세를 부를 것이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의 선택적 항소에서 보듯이 공소 유지권조차 정권에 휘둘리고 있다. “범죄 피해자들에게 지옥문이 열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채희창 논설위원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른 건 국가 중추 수사 기관이 된 경찰이다. 경찰은 이제껏 정권 비리를 수사한 적이 거의 없다. 여권이 경찰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경찰의 중립성·수사 역량은 국민 기대에 못 미친다. 당장 온 국민이 주시하는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수수 의혹 수사가 관건이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관련설까지 나온다. ‘살아 있는 권력’이 연루된 의혹을 과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벌써 “미덥지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시민단체가 대장동 일당 항소 포기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을 고발했지만, 서울경찰청은 사건을 서초경찰서로 넘겼다. 권력 개입설이 나온 사건이어서 국가수사본부로 넘겨도 힘들 판인데 일선 경찰서에 맡기는 게 말이 되나. 경찰은 지난해 11월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이 2020년 총선 당시 공천 헌금 성격의 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동작구 전 의원들의 탄원서를 받고도 수사하지 않았다. 권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닌가.

중수청 출범은 갈 길이 멀다. 유능한 수사 인력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검사들은 중수청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대검이 지난해 11월 검사 910명을 상대로 향후 거취 조사를 한 결과 77%(701명)가 공소청 근무를 희망했다.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검사는 0.8%(7명)뿐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출범 6년 차를 맞은 공수처처럼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을 것이다. 중수청이 제 역할을 하려면 하세월이 되지 않을까.

최대 현안은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다. “경찰 수사의 완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정 장관의 말대로 보완수사권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이것마저 사라지면 국민이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법조계에선 공소 유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보완수사권이 절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권 강경파의 기류는 다르다. 공소청 검사들이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경우 정권이 바뀌면 직접 수사권을 복원시킬 것이라고 경계한다. 그게 문제라면 보완수사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면 되지 않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워선 안 된다.

수사체계 혼선으로 인한 수사 기관 간 핑퐁, 사건 처리 지연 탓에 국민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권력형 범죄자들은 발 뻗고 자고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거악(巨惡)을 단죄하지 못하는 수사구조 개편은 국민의 불신만 키울 것이다. 국가 수사 역량의 저하를 막으면서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책임은 여권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 장관은 정권의 이해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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