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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짜 자치’로 가는 길, ‘재정분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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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5 23:23:02 수정 : 2026-01-05 23: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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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서관 하나 짓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아이들이 방과 후에 갈 곳은 왜 늘 부족할까?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예산’의 문제, 정확히는 ‘돈을 쓸 권한’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올해로 30년이 넘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우리 지방정부는 동네 구석구석을 훤히 꿰뚫고 있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자’가 됐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아이러니하다. 운전대는 지방이 쥐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넣어주는 기름만큼만 달릴 수 있는 형국이다. 주민이 원하는 목적지로 시원하게 달리고 싶어도, 기름이 부족해 멈춰 설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반쪽짜리 자치’의 민낯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외형적으로 보면 지방재정 규모는 크게 늘었다. 1995년 32조5000억원이던 지방의 살림 규모는 지난해 기준 326조원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10배가 늘었다. 그러나 빠르게 늘어난 예산은 중앙정부가 “이 돈은 꼭 여기에만 쓰라”고 꼬리표를 붙여 내려보낸 돈이다. 정작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해보고 싶어도 쓸 수 있는 여윳돈이 없는 ‘풍요 속의 빈곤’이 반복되는 이유다. 또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여전히 7대 3에 미치지 못하는 ‘2할 자치’의 현실도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다.

이제는 이 낡은 구조를 깨고, 현장 중심의 행정이 필요하다. 아이 돌봄 문제, 쓰레기 처리, 골목 상권 살리기 등 주민이 체감하는 일상의 문제는 지역 현장에 답이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보다, 매일 그 거리를 걷는 지방 공무원과 주민들이 해결책을 더 잘 안다. 지역을 잘 아는 이들에게 ‘알아서 쓸 수 있는 돈’을 쥐여 줄 때,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재정분권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최근 지방 도시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웃 도시와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만 커지고 재정 권한이 그대로라면 어렵게 통합이 성사되더라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지방이 스스로 살림을 꾸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수도권만 비대해지는 구조를 완화하고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살기 좋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대통령도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을 섬기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비해 권한과 재정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정분권 필요성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정부 재정분권 TF’를 가동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7대 3 달성, 지방교부세 법정률 단계적 상향 등을 위해 관계 부처가 모여 구체적 추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을 정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 의견이 보다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고보조사업 혁신 방향도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국민의 삶을 함께 책임지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다. 지방정부가 지역 현실에 맞게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재정 권한이 뒷받침될 때,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도 더 빠르고 분명해질 것이다. 재정분권은 국민의 일상을 바꾸기 위한 국가 운영 방식의 전환이며, 이를 통해 ‘진짜 자치’가 비로소 힘 있게 시작될 것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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