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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연차? 1호선 왜 비었지?”…연말 출근길 ‘연차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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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29 10:24:00 수정 : 2025-12-29 10:51:32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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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연차 소진 둘러싼 줄다리기
‘5인 미만 사업장’ 등에선 남의 이야기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의 모습. 뉴시스

 

올해의 마지막 월요일인 29일 오전 출근길, 평소라면 ‘지옥철’이라 불리며 발 디딜 틈 없었을 서울 지하철 1호선 차내가 생경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승객들 사이로 빈 좌석이 듬성듬성 눈에 띄었고,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도 숨을 돌릴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이 낯선 풍경 이면에는 연말을 맞이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복잡한 ‘연차 방정식’이 투영되어 있다.

 

이날 출근길 풍경을 바꾼 결정적 요인은 달력이 만들어낸 절묘한 휴일 구조다. 목요일인 신정(2026년 1월1일)을 앞두고, 남은 연차를 소진해 장기 휴가를 떠난 직장인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엑스(X·옛 트위터)’ 등에는 ‘사람들이 다 연차 냈는지 지하철에 사람이 없다’거나 ‘연말이라고 지하철이 텅텅 비는데 다들 연차 썼나’ 등 글이 이어졌다. 지난 크리스마스와 주말 사이에 끼어 있던 26일에도 유사한 풍경이 펼쳐지며 ‘연말 연차 소진’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텅 빈 출근길 지하철이 주는 쾌적함 이면에는 모든 직장인이 웃을 수만은 없는 씁쓸한 고충도 서려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1~14일 직장인 1000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31.1%)은 여전히 연차를 원할 때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산한 지하철 풍경을 만든 이면에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연차 소진’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남은 연차를 수당으로 받고 싶은 근로자와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 연차 소진을 유도하는 기업의 줄다리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휴가를 떠난 이들조차 온전한 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갑질 119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6.2%는 ‘연차 휴가 중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 있다’고 응답했다. ‘연차휴가 때 실제 일을 한 적 있다’는 이른바 ‘그림자 노동’을 했다는 답변 비율도 42.8%나 됐다.

 

‘오늘 지하철이 왜 이렇게 비어 있지?’라는 의문 속에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처리하는 어딘가에 있을 ‘무늬만 휴가자’들의 고단함이 생략된 셈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양적으로는 휴가를 늘리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단절될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차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이들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간 사용한 연차가 채 6일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의 텅 빈 좌석은 우리 사회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평소 서울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에 “1호선이 이렇게 널널하다니”라며 “나도 연차 쓰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호선의 여유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처한 휴식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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