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심’이 철분을 버린다”
식사 후 커피는 많은 이들에게 일상적인 마무리다. 기름진 고기를 먹은 뒤에는 느끼함을 씻어내기 위한 ‘후식’처럼 여겨진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이 습관은 고기 속 핵심 영양소인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행동일 수 있다.
◆철분 풍부한 고기, 커피와 만나면 ‘흡수 급감’
29일 영양학계에 따르면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대표적인 철분 공급원이다.
철분은 혈액을 통해 산소를 운반하고, 각 장기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미량 영양소다. 문제는 고기를 먹은 직후 마시는 커피다.
커피에 들어 있는 타닌과 카페인은 철분과 쉽게 결합한다.
타닌이 철분과 만나면 ‘탄닌철’이라는 결합물이 형성된다. 이 형태의 철분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다.
카페인 역시 철분과 결합해 체내 흡수 전에 소변으로 배출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카페인의 이뇨 작용은 이 과정을 더욱 가속화한다.
전문가들은 “고기 섭취 직후 커피를 마시면 철분 흡수가 크게 저해될 수 있다”며 “철분 결핍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식후 커피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철분 저축 통장’ 페리틴, 커피 많이 마실수록 줄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전남대병원 예방의학과 신민호 교수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 2만7071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 빈도와 혈중 페리틴 농도의 관계를 분석했다.
페리틴은 우리 몸에 저장된 철분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철분 결핍성 빈혈을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분석 결과 커피를 자주 마실수록 혈중 페리틴 농도가 유의하게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커피의 과다 섭취는 혈중 페리틴 농도를 낮추는 것과 관련 있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카페인 음료라도 녹차는 섭취량이 많아도 페리틴 농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커피의 카페인과 폴리페놀 성분이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이미 혈중 철분 농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커피 섭취 시점과 양을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설명한다.
◆커피 끊으라는 게 아닌 ‘타이밍의 문제’
그렇다고 고기를 먹을 때마다 커피를 완전히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언제 마시느냐’다.
전문가들은 고기 섭취 후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커피를 마실 것을 권한다.
식후 바로 입안이 텁텁하다면 대안도 있다. 물이나 탄산수, 혹은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 주스가 도움이 된다.
특히 비타민 C는 철분의 산화를 막고, 특히 비(非)헴철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영양학 전문가는 “고기를 먹고 커피로 입가심하는 습관은 흔하지만, 철분 흡수 측면에서는 손해를 보는 선택일 수 있다”며 “커피를 조금 늦추는 것만으로도 영양 효율은 크게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 “커피, ‘무엇’보다 ‘언제’가 중요”
커피 자체가 건강에 해로운 음료는 아니다. 각성 효과와 항산화 작용 등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하다.
하지만 철분이 풍부한 식사 직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정의학과 한 전문의는 “무심코 마시는 식후 커피 한 잔이 장기적으로는 철분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피로감이 잦거나 빈혈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커피 타이밍부터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입은 개운해질 수 있지만, 몸은 중요한 영양소를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식후 커피, 이제는 습관이 아닌 타이밍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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