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장난감 vs 중저가 선물…연말 소비 두 얼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선물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선물 하나 고르기가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온다. 인기 완구 가격이 10만~20만원대로 형성되면서 몇 개만 장바구니에 담아도 체감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장난감이 아닌 ‘상징’을 판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완구·키즈 상품 가격 상승은 단순한 원가 문제라기보다 소비 구조 변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조부모, 친인척까지 지갑을 여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이 고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유·아동 시장에서 가격 저항선이 낮아진 배경에는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전략이 있다.
인기 애니메이션과 협업한 제품은 단순한 완구를 넘어 아이의 ‘사회적 상징물’로 인식된다.
또래 문화 속에서 뒤처지지 않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심리가 작동하면서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희석되는 구조다.
◆고가·초저가, 동시에 커진다
브랜딩 마케팅 전문가들은 “고가 캐릭터 상품은 부모 개인을 설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조부모와 친인척까지 동시에 공략하는, 텐포켓 구조에 최적화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미아 방지 목걸이처럼 ‘안전’과 ‘정서’를 결합한 상품이 고가임에도 빠르게 팔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정반대의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유통 채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는 부모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반짝이는 소형 완구, 문구류, DIY 키트 등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가격 대비 만족을 기준으로 한 소비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절약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소비가 하나의 시장이 아닌 소득과 가치관에 따라 완전히 분화된 시장으로 나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진단한다.
◆연말 소비, 양극화의 신호
고가 완구와 초저가 선물이 동시에 성장하는 ‘이중 구조’가 더 뚜렷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고물가 환경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전체 지출 규모보다 ‘어디에 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일부 가계는 특정 항목에 집중 투자하는 반면, 다른 가계는 선물 자체를 재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소득층은 연말 소비를 유지하거나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지출 축소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연말 소비의 양극화는 단순한 시즌 현상이 아닌 가계가 미래 위험에 대응하는 방식의 변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라는 선택도…“대신 저축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부 가정은 아예 다른 선택을 한다.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를 선언하거나 물건 대신 경험이나 저축을 선물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안 해주는 것이 아닌 가족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아이의 행복이 반드시 고가의 선물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모들이 경험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했고, 이 인식 변화가 소비 방식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비 트렌드 전문가는 “크리스마스 소비가 기쁨의 소비에서 ‘부담의 소비’로 인식이 이동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확산되는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 담론은 전통을 거부하기 보다는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고 말한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시장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축소판처럼 읽힌다.
아이 1명에게 지출이 집중되는 구조, 고가와 초저가의 극단적 공존, 소비를 둘러싼 가치관의 변화까지.
부모들이 느끼는 부담은 단순히 지갑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곧 ‘좋은 부모’의 기준처럼 느껴지는 사회적 압박이 함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설레는 날이지만, 어른들에게는 이제 “우리는 무엇을, 왜 선물하고 있는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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