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은 근무일과 휴일마다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생활은 수면을 불규칙하게 만들고 만성 피로와 질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15일 세계일보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디지털메딕이 야간근무 환경미화원 2명과 주간근무 환경미화원 1명의 생체데이터를 24시간 단위로 평균 11일간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 참여한 야간근무자 서울 금천구 환경미화원 신재삼(60)씨와 유정용(55)씨는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작업한다. 주간 근무자 경기 안산시 환경미화원 이우성(54)씨의 작업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24시간 동안 착용한 웨어러블 워치를 통해 심박 수·걸음 수·수면시간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야간근무 환경미화원 신씨의 사회적 시차는 -7.16시간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시차는 근무일과 휴일의 수면·기상 시각 가운데 ‘수면 중심 시각’의 차이를 시간으로 환산한 값이다.
신씨는 근무일에는 오전 10시쯤 잠자리에 들어 오후 7시 무렵 일어난다. 이때 수면의 중심은 오후 2시30분이다. 반면 휴일에는 새벽 1시 무렵 잠들어 오후 1시쯤 눈을 뜬다. 휴일의 수면 중심 시각은 오전 7시20분으로, 근무일보다 약 7시간10분 앞당겨진다. 같은 사람이 매주 한 차례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수준의 시차를 반복해서 겪는 셈이다. 반면 일반 성인의 사회적 시차는 근무일과 휴일 사이 30분 안팎에 그친다.
이 값을 일반 성인 500명의 분포에 대입하면 위치는 더욱 뚜렷해진다. 야간 근무자인 신씨와 유씨의 생체리듬 지표는 각각 ?1.37과 ?1.68로, 평균(0.02)을 기준으로 1 표준편차 이상 왼쪽에 해당하는 구간에 놓였다. 일반 성인 집단에서는 드문 극단 값에 가까운 수준이다. 주간 근무자인 이씨의 값은 0.49로, 일반 성인 분포의 중앙부에 위치했다.
야간 근무자는 수면의 질 역시 좋지 않았다. 수면의 질을 판단할 때는 총수면 시간보다 렘(REM)수면과 깊은 수면의 비중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렘수면은 기억과 감정 정리를, 깊은 수면은 신체 회복을 담당한다.
신씨의 수면시간은 근무일에 평균 9.3시간, 휴일에는 12.6시간으로, 권장 수면시간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두 핵심 수면 단계 모두 정상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렘수면과 깊은 수면은 각각 약 25% 안팎을 차지한다. 신씨의 경우 렘수면은 17%, 깊은 수면은 13%에 그쳤다.
잠든 뒤 깨어 있는 각성시간 비율도 일반인의 평균치(2~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1%였다. 수면 규칙성 점수 역시 47.1점으로, 기준치인 85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야간근로 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이 같은 건강 위험에 직접 노출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잠은 불규칙하고 회복은 부족한 상태에서 몸은 더 많이 움직인다. 신씨와 같은 금천구에서 야간근무하는 유씨는 지난 8일간 하루 평균 4만5202보를 걸었다. 주말 쓰레기가 집중되는 월요일에는 4만9100보에 달했다. 국내 일반 성인 500명의 하루 평균 걸음 수 4993보의 9.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금천구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환경미화원 유해요인 조사’에서도 환경미화원의 절반 이상이 수면으로 충분한 피로 해소가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99명 중 수면장애 위험군 10명, 경계군 47명으로 분류됐다.
직무별로 보면 상차원의 수면장애 위험도는 운전원의 2배였다. 운전원 32명 중 위험군은 6.3%인 데 반해 상차원 59명 중 위험군은 13.6%로 2배 높게 나타났다. 또 상차원 26명의 작업 중 심박 수 측정 결과, 전체 26건 중 고강도 작업 8건, 중강도 작업 16건으로 92.3%가 ‘힘들다’고 표현될 수 있는 수준의 노동강도에 해당했다. 보통 노동강도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은 2명뿐이었다.
디지털메딕 공동 창업자인 박진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야간근무로 불면 증상이 쉽게 생길 수 있고 집중력, 주의력 판단력 저하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심혈관계 질환과 대사증후군의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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