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법행정위 정치개입 통로 우려… 1·2심 법관 증원이 급선무” [사법개혁 논란]

입력 : 2025-12-09 18:30:00 수정 : 2025-12-10 00:25:31
홍윤지·안경준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사법제도 개편’ 대법원 공청회
경실련 “민주적 통제·개방 명분일 뿐”
공정한 재판 보장 못해… “성급한 입법”

대법관 늘어나면 재판연구원도 증원
가뜩이나 부족한 1·2심 판사 대거 차출

법조계 판결 공개·재판중계 확대 의견
전문가 “법치 퇴행 정치양극화 때문”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목표로 내건 ‘사법 개혁안’에 대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장을 열었다. 법률신문과 공동 주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 첫날인 9일,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안에 대해 “성급한 입법”이라 우려하며 국민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공청회 들어서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 입장하고 있다. 천 처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사법제도의 미래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사법행정위는 정치의 재판 개입 통로”

 

토론자로 나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정지웅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본격적인 발언에 앞서 “2025년 지금 벌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무당파성과 무진영, 무정파성을 추구하는 경실련은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실련은 그간 법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사법개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1세대 시민단체다.

 

정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폐지와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에 대해 “‘민주적 통제’와 ‘개방’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사법권 장악’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며 “인사권을 쥐고 있는 기구에 정치권이 추천한 인사나 특정 단체 출신들이 대거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정치가 사법행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재판에 개입하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1·2심 법관 증원이 대법관 증원보다 최우선”

 

상고심 제도 개편 등 사법개혁의 최우선 순위는 대법관 증원이 아니라 사실심 법관의 대폭적인 증원과 재판 지원 인력의 확충이란 지적도 나왔다.

 

정 변호사는 관련 통계를 제시하며 “우리 사법 시스템의 진짜 문제는 ‘1·2심(사실심)의 부실화와 지연’에 있다”며 “재판 지연의 병목 현상은 대법원이 아니라 사실심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증원으로 유능한 부장판사급 인력들이 대법관을 보좌할 재판연구관으로 대거 차출될 경우, 1심 재판부는 경력이 짧은 판사들로 채워지고, 재판의 질은 더 떨어질 것이며, 불복률은 높아져 상고심 사건은 더 폭증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도 1·2심 재판의 지연 상황을 짚으며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1·2심) 법관 정원을 늘려 법관 1인당 업무량이 적정하게 조정돼야 한다”면서 판사 증원 및 처우 상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관 처우를 대폭 상향해 최우수 인재가 법관직에 투신해 장기근속할 유인이 필요하고, 반면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역량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다른 직무로 전환하거나 면직을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제1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사법의 정치화’ 우려… ‘법치 회복’ 절실”

 

헌법기관인 사법부의 각종 제도를 개편하는 작업은 반드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우종 서울고법 판사는 “사법부 구성과 기능,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구현 방식 등은 헌법 문제”라며 “국가 기본 시스템에 관한 문제일수록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로에 횡단보도를 하나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도로에 줄 긋고, 신호등을 세우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차량 통행량과 보행자 동선 등을 계량해야 함은 물론, 지상 및 지하의 상가 간 이해관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물며 사법제도 개편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함은 더할 나위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사건과 분쟁이 법원으로 몰리며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하고 법치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퇴행은 법치주의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치화의 반대는 비정치화, 무정치화가 아닌 ‘법치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판단보다 헌법과 법률, 원칙과 원리에 기초한 판결 등 사법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개회사에서 “많은 국민이 사법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청회에서 여러 전문가와 시민들이 들려주시는 귀한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고, 사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피니언

포토

이유비 '반가운 손인사'
  • 이유비 '반가운 손인사'
  • 김민설 '아름다운 미소'
  • 함은정 '결혼 후 물오른 미모'
  • 아일릿 원희 '너무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