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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유출 경로 전방위 차단… ‘금리역전 해소’ 근본 대책은 없어 [高환율 비상]

입력 : 2025-12-09 18:54:10 수정 : 2025-12-10 00:30:19
권구성·장한서·김건호·이종민·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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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 방어 대책 실효성 있나
당국 총력전에도 환율 1470원대 머물러
근본 원인 ‘한·미 금리역전’ 41개월째
해외투자 과열 서학개미 2년 새 2.4배↑
국민연금도 해외자산 비중 절반 넘어
외화채 발행 위한 연금법 개정 검토

“법인세 낮춰 해외자본 국내 유턴 촉진을”
“개인 투자 통제, 시장논리 위배” 비판도

정부가 연일 국민연금과 수출기업, 증권사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은 이들에 의한 환율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투자 규모가 국내 외환보유액을 넘어선 국민연금의 외화채권 발행까지 검토하는 등 외환 수급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부가 연일 강도 높은 구두개입성 발언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9일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에 머물며 약발이 들지 않고 있다.

 

경제 현안 간담회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세 번째)와 경제현안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 총리는 “환율, 물가안정 등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과 정부와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리실 제공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검토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유출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전략적 환헤지와 외환스와프를 검토한 데 이어 외화채 발행까지 논의하고 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외환시장 내 단일 최대 플레이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금운용 공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 자산 1361조2000억원 중 해외주식(508조2000억원)과 해외채권(96조6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4.4%에 달한다. 대체투자(해외투자분)까지 고려하면 전체 자산 중 절반 이상이 해외에 투자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모수개혁을 거치면 향후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대규모 투자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연기금의 규모가 굉장히 커졌는데, 이는 연기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연기금도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라며 “상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의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한 번쯤은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외화채 발행과 관련한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해서도 검토할 전망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연금사업에 필요한 기금을 △연금보험료 △기금운용 수익금 △적립금 △공단의 수입지출 결산상의 잉여금 등 4가지 재원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한다. 현재는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외화채권을 발행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그간 원·달러 환율 급등 배경으로 지목된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투자 수요를 잡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압박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023년 말 680억2300만달러에서 지난 5일 기준 1666억55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2년 새 보유 규모가 2.4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날 국내 주요 증권사의 소비자보호책임자(CCO)와 준법감시인을 소집해 고위험 해외투자 상품 영업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금감원은 미국 주식 투자 등 특정 상품 쏠림을 유발하는 증권사 임직원의 성과보상(KPI) 체계를 점검하고, 과당 경쟁을 유발하는 이벤트나 광고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뉴스1

◆“국내 투자 기피 해결해야”

 

정부의 이번 외환 수급 안정화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환율 상승의 원인은 한·미 간 금리역전 장기화”라며 “기재부와 금융당국이 근본적인 문제는 손댈 수 없으니 애꿎은 기업들과 서학개미들만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 금리는 2022년 7월 역전된 뒤 그 상태가 지금까지 약 41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해외투자 마케팅을 점검하는 것에 대해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감독권을 오남용하는 후진국형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교수는 “단순 중개자인 증권사를 압박해 개인의 투자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실효성도 없다”며 “제조업 쇠퇴와 과도한 규제로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단기적인 마케팅 규제만으로는 고환율 기조를 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1

반면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이 (환율) 고점인 상황을 고려하면 환전 시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으로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인공지능(AI) 산업으로 인해 미국과 한국의 경제 생산성 격차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늘어났지만, 결국 국내 반도체 산업을 통해 이 격차가 줄어들며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투자자와 자본이 늘어나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현재 증권사들이 규제에서 벗어나 시장을 과열시키면서까지 서학개미를 양산한 것에 대해선 점검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정부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시그널로 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환율 방어의 핵심이 ‘달러 수급’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환율은 정부의 구호가 아니라 시장의 수급으로 결정되는 가격”이라며 “법인세를 낮춰 해외 자본이 국내로 들어올 유인을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처방 없이 TF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 적자를 메우려 국채를 찍어내니 통화량이 늘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으로 기업이 스스로 국내에 둥지를 틀게 하면 달러는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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