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폐막한 2025 도쿄 데플림픽에 풀기자로 참여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데플림픽이 뭐냐’고 물었다. 청각장애인 올림픽이라고 하자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패럴림픽하고는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은 다른 장애인과 신체 조건이 다르기에 따로 대회를 치른다고 설명해야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올해로 데플림픽 탄생한 지 100년이 됐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런 무관심은 데플림픽 선수단 본진이 출국하던 서울 김포공항에서도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출국장을 찾기로 돼 있었지만 다른 일정이 생겼다며 나오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말은 없었지만 섭섭함은 느끼는 듯했다. 높은 직책이 아닌 실무자라도 와서 배웅은 해주는 성의는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섭섭함은 일본 도쿄국립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개회식을 보면서 더 커졌다. 개회식이래야 올림픽이나 패럴림픽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했고 1만석가량의 관중석도 다 채우지 못했지만 이날 귀빈석에는 일본 왕족 일가를 비롯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관중석을 보면서 일본도 장애인 체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아주 높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정부만큼은 신경 쓰고 있다는 징표처럼 보였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데플림픽을 경험하면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체육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대표적으로 데플림픽 메달리스트도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동등한 연금 포인트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데플림픽은 출전 선수가 적어 메달을 받기가 비장애인보다 훨씬 수월한데 왜 같은 혜택을 주느냐고 따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장애인 스포츠의 특성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에서 나온 시각은 아닐까.
장애인 스포츠는 엄격한 등급 분류 체계를 바탕으로, 같은 조건의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경쟁한다. 참가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경쟁이 ‘쉽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경쟁자의 수가 아니라, 공정한 조건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이들이 경쟁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선수들의 메달 획득 과정이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쉽다고만 하기엔 주어진 환경이 너무 다르다. 장애인들은 부족한 훈련 인프라, 적은 후원과 실업팀 부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까지 극복해야만 한다. ‘쉬운 메달’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노력을 깎아내리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연금과 같은 보상은 ‘누가 더 어려운 경쟁을 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대표해 뛰어난 성적을 냈다는 것에 대한 국가적 예우다. 장애인 선수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이기에 동일하게 예우하는 것이다. 장애인 국제대회가 작아 보이는 이유는 대회가 작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패럴림픽과 데플림픽은 이미 수십, 수백 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적 이벤트다. 한국의 낮은 관심이 대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차등이 아니라 존중이며, 혜택 축소가 아니라 관심의 확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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