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급증 탓 달러 수급 꼬여
외환 방파제·경제 체질 개선 시급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7개월 만에 달러당 1470원을 돌파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본격화됐던 지난 4월 9일(147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머지않아 1500원 선도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일본 등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도 원화가치 하락 폭이 유독 커 ‘환율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연평균 환율은 1416.46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1394.97원)을 한참 웃도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올해 경상수지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흑자를 내는데도 환율이 오르는 건 개인과 기업 가릴 것 없이 해외투자에 나서면서 달러 수급이 꼬였기 때문이다. 올 3분기까지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부문에서 약 810억달러의 적자가 났는데 같은 기간 경상흑자(827억7000만달러)와 맞먹는다.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량 처분해 불난 환율에 기름을 부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해외투자로 빠져나가면서 고환율이 고착화할 조짐이다. 여기에 한·미 간 금리역전(현재 1.5%포인트)이 오래 이어지며 달러 유출을 촉진한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쟁여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율 급등이 달러 유출을 가속하고 다시 원화가치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
아직 국가신인도 하락이나 외환위기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고환율은 물가앙등을 자극해 간신히 살아나고 있는 내수에 찬물을 끼얹고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도 팍팍하게 만든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 호재지만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생산비용 증가로 채산성이 나빠질 수 있다. 고환율을 오래 방치하다가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반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발등의 불은 가용수단을 동원해 환율 급변동을 막는 일이다. 환율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하지 않도록 정교한 선제대응도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처방만으로는 환율안정을 기약하기 어렵다. 우선 외환 방파제를 높이 쌓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얼마 전 한·미 관세협상타결로 외환보유액을 헐어 해마다 최대 200억달러를 대미투자에 써야 하는데 환율대응 여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통화스와프 협정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근본 해법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제체질을 확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돈 풀기를 자제하고 규제 완화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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