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님 마중’이라는 노래로 데뷔해 올해로 가수 생활 52주년을 맞은 이은하. 어느덧 64세에 접어든 그가 지난 11월 16일 KBS1 ‘백투더뮤직 시즌2’에 출연해 다사다난했던 자신의 인생사에 대해 털어놔 화제가 되고 있다.
1977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처음 10대 가수에 든 이후 1985년까지 9년 연속 10대 가수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시대를 풍미했던 이은하는 ‘최진사댁 셋째딸’, ‘밤차’, ‘겨울장미’, ‘아리송해’, ‘봄비’, ‘당신께만’,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등이 히트를 치며 명실상부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톱가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건설회사 사장이었던 아버지가 이은하의 명의로 빚보증을 서는 바람에 20억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게 됐다. 이 때문에 당시 살고 있던 8억원에 상당하는 서울의 집까지 넘어가면서 밤무대를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각고의 활동 끝에 결국 빚을 모두 청산했다.
이후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5년 사업이 실패하며 빚더미에 또 한 번 앉았고 결국 파산 지경에 이르며 면책 절차를 밟았다. 이은하는 2020년이 되어서야 사업 빚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때 빚을 갚기 위해 무리하게 활동하다 잦은 부상을 당했지만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그는 스테로이드에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쿠싱징후군에 걸려 30kg 이상 살이 찌면서 건강까지 잃게 됐다. 삶의 풍파를 겪으며 70~80년대를 주름잡던 이은하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몸의 회복을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다행히 2020년 들어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았고, 침체돼 있던 가창력 또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21년 다시 유방암 진단을 받아 수술했으며 이후 경기도 사찰에 머물면서 요양했다.
2022년에는 쿠싱증후군의 후유증으로 양쪽 무릎 연골이 마모되어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던 2023년부터 몸이 많이 회복되어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비록 굴곡진 세월을 살아왔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면 정신력과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다시 재개를 노리는 이은하는 ‘백투더뮤직 시즌2’에서 황당한 이유로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지금은 KBS가 됐지만 TBC 방송국 시절 제가 프로그램에서 운 적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당시 마지막 고별 녹화 방송에서 초대 가수로 나섰던 이은하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는 곡을 부르던 중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은하는 “저는 노래에 충실했을 뿐이고 현장에 계신 분들과 공감한 게 전부였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날의 울음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이은하는 “며칠 후 방송이 잡혀있어서 KBS에 갔더니 담당 국장이 집에 가라고 하더라. 곧 방송이 있다고 하니까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느냐며 호통을 치셨다”라고 밝혔다. 그날 이후 이은하는 영문도 모른 채 KBS 출연을 정지당했다.
알고 보니, TBC 고별 방송에서 눈물을 쏟았다는 이유로 퇴출을 당한 거였다.
이은하는 당시의 퇴출에 대해 “그때 연기자들은 공채로 들어와서 방송국 전속이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가수는 전속이 없었다. 가수들은 어느 방송사든 출연할 수 있었다. 근데 제가 고별 무대에서 우니까 남들이 볼 때는 “네가 TBC 없어진다고 왜 울어? 너 TBC랑 무슨 사연이 있구나‘라고 생각을 한다는 거다. TBC 폐국과 저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단지 울었다는 것 때문에 황당하게 피해를 본 거다”라고 밝혔다.
1961년생으로 어느새 60대 중반에 접어든 이은하. ‘디스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로 시대를 주름잡았던 그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겪으며 지금은 그저 노래 부를 수 있는 무대를 만나기만을 희망하고 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접한 팬들은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그의 삶에 더 이상 육체의 고통도 정신의 괴로움도 없기를, 다시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위기의 女大](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4/128/20251204518455.jpg
)
![[기자가만난세상] 계엄 단죄에 덮인 경찰 개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6/02/128/20250602516664.jpg
)
![[삶과문화] 예술은 특별하지 않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0/128/20251030521767.jpg
)
![‘이날치전’에서 본 K컬처의 또 다른 미래 [이지영의K컬처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4/128/2025120451462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