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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론스타 승소가 이재명정부 쾌거? 흑을 백으로 바꾸는 것” [인터뷰]

입력 : 2025-11-19 22:44:01 수정 : 2025-11-19 22:52:35
이지안·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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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제기 주도 한동훈 인터뷰

론스타, 주가조작 저지른 범죄자
대한민국이 타협할 수 있겠나

‘네가 이자 내줄거냐’ 등 공격 받아
‘팩트’를 무기로 삼아 승소 확신해

현 정부·與 아무도 소송 지지 안해
대장동 일당에 7800억 안기듯이
국익 앞에 진영으로 갈리면 안 돼

“론스타 사건 승소는 대한민국의 쾌거입니다. 그걸 가로채려 들면 안 돼요.”

검사, 법무부 장관을 거치며 론스타와 20년 ‘악연’을 이어온 끝에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중재판정 취소 신청 사건 승소라는 낭보를 접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번 승소가 ‘이재명정부의 쾌거’라는 더불어민주당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2022년 9월 법무부 장관 시절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중재판정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 정부는 전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 최상수 기자

19일 세계일보와 만난 한 전 대표는 “승소를 ‘우리 모두의 승리’라며 축하만 하려 했는데, ‘이 사람들이 흑을 백으로 바꾸겠구나’ 싶어 숟가락 얹지 말라고 일침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했지만 법무부 장관이던 한 전 대표는 이번 취소 신청 소송을 꿋꿋이 추진했다. 그는 “이길 확신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길 확률은 낮은 사건이었다”면서도 “국민 혈세를 외국 주가조작 세력에 한 푼도 주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론스타와의 20년 ‘악연’ 끝에 승소 결정이 났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참 좋은 일이다. 제가 법무부 장관 시절 함께 했던 동료들 생각도 많이 난다. 무엇보다 범죄자들에게 대한민국 돈을 무력하게 줄 순 없잖나. 그렇게 안 돼 정말 다행이다.”

―‘인생’ 걸고 챙긴 사건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로 약해졌을 때 외국자본이 주가조작해서 분탕질 치고는 적반하장으로 ‘돈 더 내놔라’ 했던 사안이다. 직업윤리 면에서도 정의감 면에서도 해야 할 일이었다. 대신해 줄 사람도 없었다. 사건 기록만 5만쪽이 넘는다. 누가 그걸 다시 들춰보나. 론스타 측 핵심 증인들이 뒤늦게 조사받겠다고 한국에 들어오면 내가 부산지검에서 일하다가도 서울로 가서 서툰 영어로 직접 조사했다. 존 그레이켄(론스타 회장)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다길래 공항 입국 정보를 보며 한참을 기다렸는데 개인 전용기로 들어오더라. 그 기억이 생생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2025.11.19 최상수 기자

―검사 시절 론스타 주가조작 유죄를 받아냈으니 할 만큼 했다 싶은데.

“‘근거 없는 자신감’ ‘희망고문 하지 마라’ ‘네가 이자 물어줄 거냐’ 같은 공격을 많이 받았다. ‘항소 포기가 좋겠다’는 사람들이 당시 정부에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팩트라는 ‘무기’가 있었다. 우리 정부의 일부 손해배상액 2800억원을 인정했던 중재 판정단의 소수 의견과 다수 의견 두 그룹 모두 론스타의 주가조작을 인정했다. 이 범죄사실을 전제로 계속 주장하면 배상액 0원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대한민국이 범죄자와 타협하면 되겠나.”

―한국이 2800억원 배상 결정을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호구 되는 거다. 뻔히 주가조작을 했다고 실형까지 나온 사안이었다. 범죄자들이 돈 덜 벌었다고 나랏돈을 내주는 건 너무 굴욕적이지 않나. 우리 사법시스템에서 감옥 갔던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정도 되는 나라가 가져야 할 품격이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2025.11.19 최상수 기자

―그래서 이번 승소가 더 큰 의의를 갖는다.

“국제중재에서 이런 승리의 전례가 없다. 굉장한 선례가 될 것이다. ISDS 소송에서 이기려면 ‘깨끗한 손’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생긴 셈이다. 상대는 ‘더러운 손’으로 돈 내놓으라는 게임이었다. 동시에 이번 승소는 한국은 ‘삼권분립이 된 나라’라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성격이 있다. ‘론스타의 주가조작을 인정한 한국 사법부는 한국 정부 편이니 믿을 수 없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정부의 ‘사법부 흔들기’를 보면 이런 위상이 사라질 것 같다.”

―현 여권에서 론스타 사건 이의 제기에 반대했었다.

“국익 앞에서 진영으로 갈리면 안 된다. 국익 앞에서 그렇게 플레이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대장동 일당에 7800억원 안기는 것 아니겠나.”

―소송 비용도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했는데.

“국제중재 분야는 ‘꽌시’(關係) 즉 ‘전관예우’를 활용하는 게 필승 전략이다. 한국 로펌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고, 국제투자분쟁(ICSID) 중재위원으로 일하다 나간 사람들이 차린 로펌을 선임해야 승소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속된 말로 이쪽은 ‘당구장 주인이 돈 버는’ 게임이다.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던 지출이다. 결국 전부 승소함으로써 최종적으로 4000억원을 번 셈이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2025.11.19 최상수 기자

―그런데 론스타 승소가 ‘이재명정부의 쾌거’라고 평한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하라고 압박한 것처럼 론스타 중재판정에도 항소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방해만 했다. 이번 사건 최종 변론이 올해 1월에 있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6개월 전이다. 축구로 치면 경기 다 끝난 다음에 그 팀에 뽑힌 선수가 승리를 자기 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는 김민석 총리가 ‘대한민국의 쾌거’라고 했다면 같이 박수 쳤을 것이다.”

―현 대통령실·정부·여당서 론스타와의 싸움을 지지했던 사람은.

“없었다. 송기호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이 당시 변호사 신분으로 승소 가능성이 0이라고 끈질기게 얘기했다. 국익을 위해 항소해보라고 할 법한데, 개인적으로 지지한 민주당 인사도 단 한 명도 없었다. 국익보다 자신들 이익을 앞세운 것이다. 그래 놓고 이번 승소가 이재명정부 공이라는 건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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