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에서 다친 고등학생이 구급차에 실린 채 1시간 동안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군 지역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도시에선 드문 일이다. 소아·청소년 전문 진료 인력 공백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요즘 피부과·성형외과·안과 등 인기 과목 쏠림 현상이 심해 대도시 병원에서도 소아신경과 전문의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민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6시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A(18)군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은 부산 지역 대형 병원 5곳에 연락했지만 모두 “소아신경과와 관련한 배후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 이후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나서 총 8곳에 연락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1시간이 흘렀고 A군은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경남 창원에 있는 병원까지 연락했지만 받아주겠다는 곳이 없었다”는 소방 당국의 토로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병원들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닌가.
응급 현장의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1년 동안 119 구급대원이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 위해 전화를 20통 이상 걸었던 사례가 전국에서 1300건이 넘었다. 이들 10명 중 7명은 대부분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 확률이 높아지는 중증 응급환자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이 꼽은 이재명정부의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는 응급실 뺑뺑이 해소(51.7%)였다. 특히 국민 10명 중 8명은 응급실 뺑뺑이를 직접 겪었거나 주변인의 경험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정도면 의료당국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민주당은 국정과제인 지역의사제 도입을 본격 추진하기로 하고 최근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77%가 지역의사제 도입에 찬성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한다. 국회가 발의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도 “병원에게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필수 의료가 무너져 국민의 고통·불안이 갈수록 커지는데 너무 한가하고 이기적인 주장 아닌가. 의료계는 대안 없이 반대만 하지 말고 지역의사제 도입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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