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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킬로’ 보다 ‘몇 센티’가 더 중요해…노년층 암 위험 가른 반전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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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6 13:04:50 수정 : 2025-11-16 14:45:13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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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체중보다 더 중요한 건강 지표가 따로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겉보기에는 말랐거나 정상 체중인 사람이라도 특정 신체 수치가 높으면 암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허리둘레 측정은 건강 관리의 첫 단계다. AI생성 이미지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경우 체중계의 숫자만 보고 건강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복부 비만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연구진이 고령층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분석한 결과, 체질량지수(BMI)보다 복부 비만을 나타내는 허리둘레가 암 발생 위험을 더 정확하게 드러내는 지표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장수연 교수 연구팀이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5~80세 노인 24만762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연구팀은 이들을 BMI와 허리둘레 값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2020년까지 약 11년 동안 추적했다.

 

체중계에 올라가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분석 결과는 기존 상식과 다른 형태를 보였다. BMI가 높은 그룹일수록 암 발생 위험이 각각 8%, 10%, 12% 감소했으며, BMI가 1표준편차(SD) 증가할 때 암 위험이 평균 5.4%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남성 노인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허리둘레는 반대 결과를 보였다. 허리둘레가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작은 그룹보다 암 발생 위험이 14.6% 높았으며, 허리둘레 단계가 한 단계 상승할 때마다 위험은 평균 7.2%씩 증가했다. 이는 허리둘레가 단순한 둘레 측정값이 아니라 실제 건강 위험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임을 의미한다.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이번 결과는 그동안 ‘BMI가 높을수록 위험하다’고 여겨온 기존 중년층 중심 연구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노년층에서는 체중 증가가 곧바로 암 위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복부 지방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가 위험을 결정하는 데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 점은 정상 체중 범위(BMI 18.5~23)에 속하는 노인들도 허리둘레가 크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즉, 체중계 숫자는 정상이어도 복부에 지방이 몰려 있으면 ‘숨은 비만형 노인’으로 분류될 수 있고, 이들은 암 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

 

연구팀은 BMI가 지방과 근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노년기는 근육량이 감소하고 체지방이 복부 쪽으로 쏠리는 체성분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같은 BMI라도 내부 건강 상태는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허리둘레는 내장지방 축적 정도를 반영하는 지표다. 내장지방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종양 형성을 촉진하는 대사 변화를 유발한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남성 노인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장수연 교수는 “정상 체중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복부비만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면서 “특히 공복혈당장애가 있거나 음주·흡연 습관이 있는 노인의 경우 체중보다 허리둘레를 건강 지표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한국 노인을 대상으로 BMI와 허리둘레가 암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간 추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산소 운동인 자전거 타기로 건강을 관리하는 중·장년층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정확한 허리둘레 측정은 건강 관리의 첫 단계다. 허리둘레는 배꼽 위 2~3cm 지점을 기준으로 숨을 편안하게 뺀 상태에서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대한비만학회 기준에 따르면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된다.

 

복부 지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복부·코어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늦은 밤 식사, 잦은 음주, 단 음식 섭취는 내장지방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체중과 BMI뿐 아니라 허리둘레 수치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노년기 건강을 평가할 때 체중계의 숫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정상 체중이라도 복부 지방이 많으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은 건강 관리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함을 시사한다.

 

앞으로는 ‘살이 쪘는가’보다 ‘둘레가 어떤가’를 확인하는 것이 노년층 건강 관리의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년층은 체중뿐 아니라 허리둘레를 함께 점검하는 생활 습관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건강 관리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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