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에 쏠린 세계의 이목
AI 협력·인구구조 변화 등 참가국과 공유
자유무역·다자주의 질서 지지 내용 관건
전통·첨단 교차하는 행사로 방문객 맞이
신라 금관 등 사상 첫 한자리 모여 전시
백남준 특별전·서라벌 풍류 등 공연도
한국에서 20년 만에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주간이 27일 경주에서 막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동시 방한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에이펙에서 21개 회원국은 정상회의 최종 결과물인 ‘경주 선언’ 도출을 위한 막바지 회의에 돌입했다.
에이펙 정상회의 주간은 27∼28일 진행되는 최종고위관리회의(CSOM)로 시작한다. 의장국인 한국 정부는 올해 에이펙 정상회의 핵심 성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관련 논의 현황 등을 참가국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이 회의 결과는 29∼30일 이어지는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에 보고된다. AMM에는 회원국 외교·통상 장관이 참석해 31일과 다음 달 1일 있을 정상회의 직전 최종 점검을 하게 된다.
관건은 회원국 합의로 도출되는 경주 선언에 흔들리는 자유무역·다자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내용이 얼마나 담길지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올해 중점 의제인 AI 협력 등에 대한 결과문서 채택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에이펙 정상회의 본회의는 무역과 투자 증진 협력을 논의하는 1세션(31일)과 AI 발전, 인구구조 변화 속 아태지역의 신성장 동력을 논의하는 2세션(11월 1일)으로 나눠 진행된다.
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시, 경북도는 성공적인 개최를 다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가 아태지역의 공동 번영을 이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를 통해 국경을 넘어선 연결, 혁신, 번영의 가치를 함께 이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천년고도’ 경주 전체가 한국 문화예술의 깊이와 창의성을 알리는 무대가 된다. ‘지속 가능한 내일 :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에이펙 주제에 맞춰 전통과 첨단이 교차하는 전시·공연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단연 주목받는 행사는 신라의 황금문화를 상징하는 금관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국립경주박물관 전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28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신라 금관이 1921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104년 만에 그동안 발굴됐던 6점의 금관과 6점의 금허리띠가 한자리에 모이는 사상 첫 대규모 전시다. 이외에도 천마총 출토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 총 20점의 황금 문화유산도 볼 수 있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특별전도 열린다. 경주에 자리 잡은 우양미술관이 소장한 백남준 작품 12점과 판화 제작자 마크 패츠폴의 판화 컬렉션 등이 전시된다. 대표작 중 하나인 ‘전자초고속도로-1929 포드’는 구형 포드 자동차 위에 전통 가마를 얹고 창문에 ‘전자초고속도로’라는 글씨를 내거는 구성으로 20세기 산업기술과 과거 유물이 공존하는 장면을 상징한다. ‘나의 파우스트’ 연작 중 ‘영혼성’과 ‘경제학’은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나의 파우스트’ 연작 13점이 모두 전시된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경주 육부촌·교촌마을·첨성대 일대에선 29일까지 에이펙 기념공연 ‘서라벌 풍류’가 펼쳐진다. 순수 전통예술부터 현대적 감각을 더한 창작국악, 지역 예술단체들의 국악 관현악, 무용, 연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구성한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정수다. 육부촌 공연은 45년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전통 컨벤션 센터 공간을 활용해 국립부산국악원을 비롯한 단체들이 무대를 꾸몄다. 교촌마을에서는 젊은 창작자들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국악 공연을 선보이고, 첨성대 무대에서는 국립국악원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등이 대규모 공연을 올린다.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에선 12월15일까지 ‘신라한향’ 전시회가 열린다.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를 주제로 신라 문화와 불교적 세계관을 현대 미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경주 첨성대 광장에선 27일 조선 순조 시대 궁중연향 ‘연경당 진작례’가 192년 만에 재현됐다. 1828년 순원왕후의 40세 진찬을 기념해 거행된 이 행사는 궁중무용, 음악, 의례, 음식까지 총망라한 조선 왕실의 정제된 종합예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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