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기업인에 대한 경제형벌과 민사적 책임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태스크포스(TF)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내 개선 방안을 담은 1차 과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달 중 일차적으로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1년 내 30% 정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경제형벌은 예방보다 응징을 중시해 기업의 경영 판단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의적인 중과실이 없는 개인에게 전과를 남겨 재취업이나 금융 거래, 출국 등 사회생활도 지나치게 제약했다.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형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배임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처벌 강도도 세 잦은 인신 구속을 초래했다. 그 부작용이 기업 일탈을 예방하는 순기능을 넘어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재계의 호소다. 당정은 현재 폐지, 판례를 통해 정착 중인 ‘경영판단의 원칙’을 형법에 명확히 하는 방안, 대체 입법안 등 세 가지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기업 경영진이 형사처벌이나 소송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형법을 개정해 대폭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상 사문화된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삭제하고, 형법 외 법률에 규정된 유사 배임죄 조항도 폐지하길 기대한다.
전체 6000여개 경제형벌 중에는 경미한 실수나 주의 의무를 다했어도 과도한 처벌로 전과자를 양산해온 조항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숙박업이나 미용업 등을 대상으로 업소명 변경과 같은 단순한 행정사항 변경의 신고를 누락했다고 종종 형벌이 부과됐다. 안전 변경 인증이 늦어졌다고 무조건 형벌을 물리기도 했다. 사안의 중대 여부를 따져 형벌이 남발되지 않도록 개정해야 마땅하다.
당정은 그간 재계의 재고 요청에도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이들 법안이 기업 활동을 옭매지 않도록 후속 입법이 시급한데, 경제형벌의 합리적 개정이 출발점이다. 역대 정부도 경제형벌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시늉에 그쳤다. 배임죄 폐지와 같은 쟁점 사안은 여론 눈치만 보다 흐지부지됐다. 이번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더불어 겹겹이 쌓인 규제 완화에도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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