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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다 이뤘단 생각에 한때 나태해져 …고꾸라져서 코트 떠날 수는 없죠”

입력 : 2025-09-16 20:15:31 수정 : 2025-09-16 20:54:48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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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절대적 에이스’ 김단비

‘현상 유지는 퇴보’ 대사에 정신 번쩍
박신자컵 4경기 소화… 비시즌 맹활약
“여전히 성장하는 선수” 호평 쏟아져

전 시즌 주축 이탈에도 ‘정규1위’ 견인
대표팀 이른 은퇴에 대체 선수 안 보여
“불러주신다면…” 국대 복귀 여지 남겨

“실력을 유지만 하는 것은 퇴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자프로농구 2025~2026시즌을 앞두고 느슨해진 아산 우리은행 김단비(35)를 깨운 외국 드라마 대사다. 김단비는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이룰 건 다 이뤘다는 생각과 함께 안일해진 순간 이 대사가 날 깨웠다”며 “지금은 연습 경기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아산 우리은행 김단비가 지난 5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박신자컵 후지쓰와 경기에서 공을 잡고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WKBL 제공

김단비 말처럼 그는 여자프로농구판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을 만큼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특히 2022~2023시즌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했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챔피언결정전(챔프전 5전3승제) MVP 등 수많은 트로피를 가져왔다. 특히 지난 시즌 만장일치 MVP를 포함해 8관왕(득점·리바운드·스틸·블록·윤덕주상·베스트5·우수 수비상 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단비는 “훈련이 없는 시간 동안 남편(수구 국가대표 유병진)과 지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이 편안한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나태해졌는데 문득 이대로 은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꾸라진 상태에서 코트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시 열심히 뛰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박신자컵에서도 김단비는 4경기를 소화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비시즌,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김단비는 지난달 31일 부산 BNK전에서 12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맹활약했다. 한 농구 감독은 이런 김단비를 보며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단비는 이런 평가에 머쓱해하다가도 “위성우 감독님이나 전주원 코치님이 세세하게 지도해주셨고 꾸준히 이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덕분에 내가 영원히 못 할 것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우리은행은 2024~2025시즌 최이샘과 박혜진, 박지현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떠났지만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산 BNK에게 내리 3경기를 내주며 준우승에 그쳤다. 김단비는 “정규리그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냈고 챔프전까지 올라간 것도 기적”이라며 “물론 이기지 못한 게 아쉽지만 지난 시즌은 깜짝 놀랄 만큼 모두가 잘 싸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단비는 “2025~2026시즌 역시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마지막에 상위권에 있을 것”이라며 “우리은행 훈련량이 많은 만큼 중간에 지치지 않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리그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 김단비는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여자 농구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김단비는 “예전엔 태극마크를 달고 애국가를 들으면 비장한 각오가 생겼지만 이제 비장함보다 걱정이 앞섰다”며 “세계적인 선수들이 강하게 도전할 때 무서워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 정도 오래 했으면 제 자리에 다른 선수가 들어오는 것이 맞다”며 “너무 빨리 떠났나 싶기도 하지만 이제 새로운 얼굴이 나타날 때도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김단비를 대체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은퇴가 너무 빨랐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김단비는 “국제농구연맹(FIBA)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제 은퇴 소식을 크게 다뤄주고 나름대로 멋있게 떠났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먼저 나서서 ‘저 복귀하겠습니다’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럽다”고 웃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대표팀을 이끄는 박수호 감독이 요청하면 어떻게 될까. 김단비는 여지를 남겼다.

“저도 그게 딜레마이긴 한데. 아, 모르겠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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