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3분기 손실 2조원 이상
국익 훼손 않고 기업피해 최소화하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어제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종전 27.5%에서 15%로 인하했다. 이는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25%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일 간 관세 역전이 현실화하면서 국내기업들은 앞으로 불리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유럽연합(EU)까지 15%가 적용되면 한국차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가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아무 기약이 없으니 걱정스럽다.
한국차는 그간 미국시장에서 일본산보다 5∼8% 낮은 값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관세 역전으로 같은 3만달러짜리 자동차라도 한국차가 3000달러(약 416만원) 비싸진다. 이미 관세충격 여파로 한국의 대미 차 수출은 6개월 내리 감소세다. 업계는 속이 타들어 간다. 현대·기아차는 영업 이익이 2분기 1조6000억원 쪼그라들었고 3분기에는 감소액이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인하 발효가 한 달 늦어질 때마다 2100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해 전체 수출의 10.4%를 차지한 자동차는 반도체에 이은 2위 수출 품목인데 수출의 절반 정도가 미국시장에 집중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양국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관련 협의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여 본부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시한에 쫓긴다고 해서 기업들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는 합의안에 서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이 5500억달러의 투자를 전적으로 자국에 맡기는 일본 모델을 따르라고 종용하지만, 우리로서는 받을 수 없다. 미국에서조차 한국이 15% 관세와 3500억달러 투자보다는 25% 관세를 감수하는 게 타격을 덜 받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나 합리성·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끄는 게 능사는 아니다. 고율 관세가 오래갈수록 경제충격은 더 커진다. 국익을 훼손하지 않고 기업 피해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과 EU, 중국 등 주요국의 추가협상 추이를 봐가며 경쟁국보다 더 낫거나 최소한 불리하지 않은 접점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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