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내외 사진·자막만으로 지식 전달
‘내레이션 필수’ 다큐 공식 깬 파격
세월 흘러 비슷한 콘텐츠 ‘우후죽순’
“우리만의 장점, 신뢰 주는 생생한 영상
4200여편 학교나 기업에서 많이 활용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 전달 최선”
‘1초, 세슘 원자가 91억9263만770번 진동하는 시간.’
2005년 9월5일 EBS1 ‘지식채널e’의 첫 방송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식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인데도 사람 목소리(내레이션) 없이 사진이나 그림 등으로만 진행하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렇게 시작된 ‘지식채널e’가 어느새 방송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과학, 역사, 인문, 사회, 예술, 인물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교과서적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지식’ 4200여편이 방송됐다. 이는 학교 수업, 기업 연수, 시민사회 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됐고, 46권 단행본 시리즈로도 출간됐다. ‘지식채널e’에 대한 평가는 한국PD대상 실험정신상,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상, 엠네스티 언론상, 언론인권상, 통일언론대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EBS 본사에서 만난 ‘지식채널e’ 제작팀 김훈석 CP와 임세용·허은하·박하영 PD, 나경호 작가는 “정보가 너무 많으면 길을 잃기 쉬운데 그럴 때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그런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런 길을 계속 걸으려 한다”고 지난 20년의 행보를 평가했다.
김훈석 CP는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내레이션 없이 그림 또는 사진과 글로만 지식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형식적으로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한다”며 “내용 측면에선 신뢰감 있는 공적인 지식 콘텐츠라는 위상을 가져 학교와 기업 등에 많이 활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식채널e’과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하영 PD는 “‘지식채널e’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지식채널e’의 장점은 정보에 대한 신뢰를 주고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지식채널e’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로 제작진은 ‘아몬드의 역습’(2022년 9월20일), ‘몰입의 고수’(2024년 1월20일),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24년 7월 1일), ‘[뭔가 이상한 아이] 1부 바닷물 속 민물고기’(2024년 12월19일), ‘광복 80주년 특집 <일본으로 간 사람들> 4부작’(2025년 8월11일)을 꼽았다. 특히 ‘아몬드의 역습’에 대해 김훈석 CP는 “환경문제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온 ‘지식채널e’가 기후위기라는 소재를 스톱모션기법(정지한 물체를 조금씩 변형해 연속해서 찍어 움직이듯이 보이게 하는 촬영기법)을 활용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지식채널e’는 최근 20주년 특집으로 ‘괜찮아?’ 3부작(1∼3일)과 ‘작가의 상상은 과학이 된다’ 4부작(8∼11일)을 방송했다. ‘괜찮아?’는 20대 시청자의 SNS 사연(현재)과 과거 출연자의 근황(과거와 현재), 인공지능(AI) 시대 지식의 본질(미래)을 조명했다. ‘작가의 상상은 과학이 된다’는 SF소설 ‘파랑’의 천선란 작가가 과학자들과 함께 AI, 로봇, 좀비, 공룡을 주제로 토론하며 과학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했다.
김훈석 CP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렌즈로,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지식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초심을 잃지 않고 신뢰감 있는 지식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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