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월 수익률 세계 주요국 중 1위
미국발 ‘대형고래’ 자금 국내 유입 ‘호재’
“증시 활성화 정책 탄력 땐 더 상승할 것”
대주주 기준 강화 두달 만에 ‘없던 일로’
조세정책 신뢰 훼손… 부자만 혜택 지적
향후 증세로 세입 확충 난항 우려 제기
15일 코스피 지수가 3400점을 뚫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정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과 유럽 증시의 부진으로 아시아 증시로 눈을 돌린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주식 양도세 강화 방침이 철회되면서 향후 세입 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지수의 상승 원동력은 정부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하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현행 50억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안팎에서 이런 전망이 고개를 들었던 지난 10일부터 주식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로 촉발된 ‘검은 금요일’(7월31일) 이후 3200선 박스권에 있던 코스피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 10일 3300선을 넘었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으로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 기준에 대해 사실상 철회를 시사한 11일 종가기준 3344.2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어 12일 3395.54로 최고점을 다시 높이고, 이날 3407.31로 마감하며 역사상 첫 3400 고지를 밟았다.
유럽 증시 부진에 따른 풍선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자금을 끌고 다니는 이른바 미국발 ‘대형 고래’들이 최근 재정건전성 악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부진한 유럽 증시를 뒤로하고 한국 등 아시아 증시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코스피의 9월 수익률은 직전 거래일인 12일 종가 기준 6.58%로 세계 주요국 대표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고, 같은 기간 영국 FTSE100 지수(1.04%)와 이탈리아 FTSE-MIB 지수(0.88%), 유로스톡스50 지수(0.73%) 등 유럽 증시는 대부분 부진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시장에선 16~1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달러 유동성이 확대하면서 자금이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로 이동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 활성화 정책이 힘을 받을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35%) 재검토 등 증시 활성화 정책이 힘을 받으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정책 의지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이어진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주식 양도세 강화 방침 철회가 주식시장엔 호재이지만, 조세정책의 신뢰성과 조세의 형평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면서 양도세 회피를 위한 연말 매도 증가 등은 근거가 없다며 ‘큰손 투자자들의 연말 매도 증가로 개미투자자만 피해를 본다’는 증권시장의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비판 여론이 커지자 두 달도 안 돼 원칙 없이 후퇴했다.
소수의 초고액 자산가만 혜택을 받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장주식 양도세를 낸 투자자는 3300여명으로, 1인당 평균 양도차익은 28억원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대주주 기준마저 현행대로 유지되면서 향후 증세를 통한 세입 확충이 더욱 쉽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노동소득과의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라도 자본소득 과세를 주요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국회예산정책처)가 많았지만, 이번 조치로 조세 정책이 주식시장 활성화의 도구 정도로 격하됐다는 것이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조세는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정책과 비교해 원칙이 중시되는데,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향후 증세가 필요한 시점에도 증세를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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