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아스팔트 우파 결집 행보 우려
내우외환 시기에 여야 머리 맞대야

여야 정치권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며 심각한 정치 실종 사태를 빚고 있어 우려스럽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3대 특검법 수정안이 파기되는 과정은 강성 지지층에 볼모로 잡힌 여당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그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어제는 정청래 대표와 회동하면서 사실상 강경파에 무릎 꿇은 모습을 보여줬다. ‘투톱(정 대표·김 원내대표) 갈등’이라는 말이 나온 당 내홍이 봉합되는 수순일지는 몰라도 어렵게 이끌어낸 여야 합의가 강경파 반발에 14시간 만에 뒤집히는 속 터지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집권 여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마땅한 한심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대깨문’,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이리저리 마구 내둘리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마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안팎 강성 지지층이 지지하는 ‘여권 성향 유튜브 권력’의 영향력을 비판했다가 십자포화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작은 쓴소리도 못 받아들이는 경직성도 강경파 눈치를 보기에 빚어진 현상이다.
야당도 도긴개긴이다. 국민의힘은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로 대표되는 우파 강경 세력에 당의 진로가 좌우되는 양상이다. ‘윤석열 어게인’ 세력은 지난 대선 전후 세력을 급팽창했고, 당 지도부 선출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장동혁 대표는 어제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씨가 담임목사인 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손씨는 아스팔트 우파의 핵심이자 반탄(탄핵반대) 집회 주도자 중 한명이다. 중도 국민은 안중에 없고 강성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지난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이어 오늘 시작하는 대정부질문도 국정 현안의 진지한 논의가 아니라 극한 정쟁의 장으로 변질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국내외를 흔들고 있는 유명 우파 청년 운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은 결국 제어되지 않은 보혁 갈등의 증폭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 혐오가 격화하고 있는 우리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비극적 사태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 경제 저성장 등 내우외환의 위기에 여야가 머리를 맞댈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정치권은 갈등 조장이 아니라 협치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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