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학원 스트레스 때문이었대요”
영유아 자녀를 둔 한 부모의 고백이다. 말이 서툰 아이는 몸의 신호로 힘듦을 표현했고, 부모는 그 뜻을 뒤늦게 이해했다.
11일 육아업계에 따르면,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4일 발표한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에서 5세 아동의 반일제 이상 학원 월평균 비용이 168만6000원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2016년 같은 조사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영어·수학 등 학습 사교육뿐 아니라 예체능 학원도 대부분 고비용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교육 시작 연령 역시 0세 비율이 32.96%로 나타나 8년 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2세 아동의 사교육 참여율은 41.15%에서 51%로, 5세는 81.53%에서 84.2%로 높아졌다.
학습 관련 사교육비 역시 크게 늘었다. 5세의 경우 2016년 9만8000원에서 2024년 18만4000원으로 약 88% 증가해 전체 사교육비는 16만5000원에서 23만7000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비용 상승과 달리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부모가 기대하는 학습 성과는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서불안·스트레스·틱장애 등 사회·정서적 부작용이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학습 사교육이 아이의 언어 능력, 문제 해결력, 자존감 등에 유의미한 긍정 효과를 보이지 않았으며, 아이들이 학원 환경에 억지로 적응하며 표현을 억누르다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기의 뇌 발달 특성상,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책상에 앉아 학습하는 구조는 좌뇌 과부하와 우뇌 억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정서 왜곡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시기에는 구체적인 사물과 상호작용하고 자발적인 놀이를 통해 세상을 익히는 과정이 더욱 자연스럽고 적절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율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1만 원 늘면 출산율은 0.012명 감소하며, 전체 출산율 하락의 최대 26%가 사교육비 증가로 설명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놀이 중심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환경이 영유아기 발달에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교육은 유아 교육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육 이후 아이의 성향에 맞게 제한적으로 보완하는 형태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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