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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이터 鄭 vs 아웃복서 朴 … 누가 되든 대야 강경기조 예고 [심층기획-민주 8·2 전대 두 후보 다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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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1 06:00:00 수정 : 2025-07-10 22:49:50
배민영·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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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법사위원장 때 거침없던 싸움꾼
“시간낭비형 협치 당대표 안 해” 차별화
“결국 당심” 당원표로 朴 입지 극복 별러

박찬대, 李 대표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
의원 115명 한뜻 ‘내란특별법’ 대표발의
의원실 李 쓰던 곳으로 이사 ‘明心’ 어필

둘 다 檢·언론개혁 공약 내건 찐명 대결
권리당원 55% 국민 여론조사 30% 반영
최고위원 보선은 황명선 단수 후보 출마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하면서 여권 내 권력지도가 본격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지도부 선출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찐명(진짜 친이재명)계 양자 대결’이라는 뚜렷한 구도 속에서 당권 경쟁에 돌입했다. 새 당대표는 특검 정국과 지도체계 붕괴가 겹치면서 전당대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 중인 국민의힘을 상대할 거대 여당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민주당의 이번 당권 경쟁은 단순한 당내 세력 다툼을 넘어 지방선거와 총선 전략까지 좌우할 수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왼쪽), 정청래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찐명계 맞대결 구도로 치러질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출 과정은 끝까지 ‘아름다운 경선’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10일 후보 등록을 마친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의원(기호순)의 경선 관전 포인트는 계파 대결이라기보다는 스타일 싸움이다.

 

강력한 펀치를 자랑하는 ‘인파이터’를 자처하는 정 후보냐, 민첩성을 앞세운 득점력이 돋보이는 ‘아웃복서’로 맞서겠다는 박 후보냐. ‘이재명 지도부’를 거치며 친명 색채가 뚜렷해진 지지자들로선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지 못한 채 혼란만 거듭하는 국민의힘에 맞설 민주당의 지휘관이 누가 되느냐는 향후 여야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야당과의 싸움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호전적 태도다.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라”는 것이다. 이에 맞선 박 후보는 정 후보에게 법사위원장을 맡긴 것이 자신이었다고 강조하며 “인파이터는 전략이 없다”고 각을 세웠다.

 

두 사람은 상대를 겨냥해 은근한 견제성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찐명 맞대결 과정에서 서로의 관계에 금이 갈 것을 경계해 네거티브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정 후보가 “저는 박 후보와 헤어지지 않을 결심”이라며 경쟁 후보와의 ‘브로맨스’를 강조하는 보기 드문 선거 전략을 구사해 눈길을 끈다. 자신의 포용력과 ‘전우애’를 강조하는 동시에 박 후보의 공세적 발언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한 현역 의원은 “우리는 이번 선거에 상당히 자신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승리를 낙관했다. 반면 박 의원 측은 “아직 선거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 판세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원내사령탑을 거친 노련미로 무장한 박 후보는 대야 입법 공세로 지지층에 존재감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한 모양새다. 박 후보가 지난 8일 대표 발의한 내란특별법에는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을 끊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을 정조준한 것이다. 또한 내란 사건을 도맡는 전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내란범에 대한 사면·복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 후보의 법안 발의에 민주당 의원 115명이 참여했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진성준 정책위의장,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이 대거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 후보가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할 때는 원내정책 수석부대표를 지낸 김용민 의원이 동행했다. 나아가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이 의원 시절 사용하던 국회 의원회관 818호로 본인 사무실을 옮겨 지지층에 어필하는 ‘명심 이사 유세’까지 펼쳤다.

 

박 후보 측 진영에 있는 한 의원은 “이재명정부 초기 당정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며 “이재명 당대표 시절 원내대표로서 호흡을 맞췄던 박 후보가 당을 지휘하는 것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맞선 정 후보는 “의심(의원의 마음)과 당심(당원의 마음)이 싸우면 의심할 여지 없이 당심이 승리한다”며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을 기세다. 정 후보는 “당원이 국회의원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22대 총선 공천도 당원들이 옥석을 가려냈다”며 박 후보의 현역 의원 지지세를 당원 지지세로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는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투표 55%,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 각 후보의 상반된 스타일 못지않게 이들이 어느 그룹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을지는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두 후보의 스타일 차이는 뚜렷하지만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대야 강경 기조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박 후보가 “올해 안에 검찰개혁”을 공약하자 정 후보는 “추석 때 자동차 라디오 뉴스에서 검찰개혁 소식이 들리게 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박 후보도 “추석 전 검찰개혁”을 외치며 목표 시점을 경쟁적으로 앞당겼다. 사법개혁과 언론개혁도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정 후보는 “때론 최전방 공격수 골게터로 득점을 하고, 때론 최후방 수비수 골키퍼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겠다. 전천후 당대표가 되겠다”며 “시간낭비형 협치 당대표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맞선 박 후보는 “지금은 유능하면서도 겸손한 사람, 소신이 확고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이 집권여당 민주당에 필요하다”며 “정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여러 덕목을 갖춘 분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제가 적임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는 마찬가지로 친명 인사인 황명선 의원이 단수 후보로 출마했다. 최고위원 선거는 김민석 의원이 국무총리로 취임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황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에서 당 대변인과 조직사무부총장을 지냈다. 민주당 서울시당 사무처장과 서울시의원을 거쳐 3선 충남 논산시장을 역임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거쳤다. 지난 7일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주최 ‘이재명정부 성공을 위한 자치분권 결의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추대됐다. 이 대통령이 KDLC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배민영·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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