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트럼프·네타냐후 회담 탓인 듯
방한 전 계획된 방일도 함께 취소
7월 말 李·트럼프 회담 목표 차질
9월 中 초청 놓고 ‘균형외교’ 고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다음 주 초 방한 계획이 미국 국내 사정으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한·미는 루비오 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해왔으나 미 내부 사정상 조만간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 방한 시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협의하려 했던 정부 구상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부 목표였던 이달 말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한·미 양국은 루비오 장관이 10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8∼9일 방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루비오 장관이 방한하면 카운터파트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만나고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이 검토되고 있었다. 미국은 중동 문제 등을 방한이 어려워진 이유로 들며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고 휴전 등을 논의할 예정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루비오 장관은 당초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는다는 구상이었는데, 일본 방문 역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ARF에 우리 정부에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대신 참석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RF에서 루비오 장관과의 양자 회담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 무산으로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이달 말 이 대통령이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루비오 장관이 방한하면 세부 일정 및 의제 조율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9월 3일 전승절 행사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 확정이 지연되면서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상견례를 갖기도 전에 전승절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성사 전 한·중 정상회담을 결정하는 꼴이라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하는 한국 외교·안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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