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변을 보는 잠깐의 시간 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휴대폰을 화장실에 들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습관이 휴대폰을 ‘세균의 온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화장실은 대장균, 녹농균 등 다양한 병원성 세균이 공기 중에 퍼질 수 있는 고위험 공간이다. 자칫하면 일상에서 가장 자주 손에 쥐는 기기인 휴대폰이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리머로즈 프리스톤 영국 레스터대 임상 미생물학 교수는 3일(현지시간)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감염성 세균이 휴대폰에 옮겨붙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습관처럼 들고 가는 휴대폰, 알고 보면 ‘세균 폭탄’
프리스톤 교수는 “화장실에는 대장균, 녹농균 등 대변에 포함된 다양한 세균이 존재한다”며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더라도, 오염된 휴대폰을 다시 만지는 순간 손이 곧바로 재오염된다”고 설명했다.
대장균은 심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고, 녹농균은 폐나 혈액 감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물보라(비말)가 오염 확산의 주범이다.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에 따르면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 세균으로 가득한 미세한 물방울이 초속 2m로 최대 1.5m 높이까지 솟아올라 화장실 전체로 퍼진다. 작은 비말 입자는 수 분간 공중에 떠다니며 세면대, 수건, 문 손잡이 등 모든 표면을 오염시킨다.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도 바이러스 입자의 확산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변기 표면뿐 아니라 주변 벽과 바닥, 욕실 용품에도 세균과 바이러스가 쉽게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스톤 교수는 “욕실은 변기뿐만 아니라 비누, 수도꼭지, 문 손잡이, 욕실 매트 등 대부분의 표면이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휴대폰은 얼굴과 손에 자주 닿는 만큼 위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휴대폰, 아예 욕실에 들고 들어가지 마세요”
그는 가장 좋은 예방법으로 “아예 휴대폰을 화장실에 들고 가지 않는 것”을 권장했다. 부득이하게 들고 들어가야 한다면 사용을 최소화하고 주머니에 보관하며, 사용 후에는 알코올 물티슈로 휴대폰을 정기적으로 소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리스톤 교수 본인도 주 2회 이상 알코올 물티슈로 휴대폰을 소독한다고 한다.

또한 “변기 물을 내리기 전에 휴대폰을 변기 옆 바닥이나 물탱크 위에 올려두는 것은 가장 위험하다”며 “욕실 어디에도 세균이 없는 안전지대는 없다. 잠시라도 바닥에 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화장실은 병원성 세균이 밀집된 공간이다. 휴대폰 위생 관리가 필수”라며 “작은 습관 변화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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