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청산 수순에 돌입했던 MG손해보험이 다시 한 번 매각을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전 직원 단식 농성까지 예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던 MG손보 노동조합이 한발 물러서며 금융당국과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하면서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총회를 열고 이날 오전 금융당국과 도출한 잠정 합의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예정됐던 전 직원 무기한 단식농성투쟁은 취소됐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은 재매각 추진을 우선시하는 가교보험사 설립이 핵심이다. 앞서 MG손보는 5차례 매각이 무산되면서 금융당국이 가교보험사를 설립하고 5개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화재·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로 계약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반면, 노조는 가교보험사 설립조차 반대하며 일부 간부를 중심으로 보름 넘게 단식투쟁을 벌여 왔다.
이상호 MG손보 부지부장은 “노조는 원칙적으로 가교보험사 설립 자체를 반대했지만, 이를 뒤집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다”면서 “대신 단순한 계약 이전용이 아닌 (MG손보의) 매각을 가능케 하는 가교보험사 설립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MG손보 재매각을 추진한 이유는 고용 보장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위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MG손보는 신규 계약 체결이 불가능해졌고, 노조는 이 상태에서 계약 이전 절차에 돌입할 경우 10% 안팎의 임직원 및 전속설계사를 제외한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신 노조는 신규 계약 체결이 열려 있는 ‘개방형’ 가교보험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제한적인 영업을 지속하면서 인수 상대를 찾는 방식이라 고용승계율을 좀 더 높게 가져갈 수 있다. 과거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부실 저축은행을 넘겨받았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재매각이 이뤄졌다.
다만 이럴 경우 기존에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5개 손보사로의 계약 이전은 사실상 무산되고, 원점으로 돌아가 새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G손보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매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개방·폐쇄형 가교보험사를 설립할지부터 시작해 고용 보장 범위, 비고용 인원에 대한 위로금 등에 대한 내용은 정해진 바가 없다. 노조는 고용 관련 협상에만 최소 3주∼1달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지부장은 “현재 (MG손보 임직원에게) 제시된 조건은 6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최장 1년6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고, 급여는 최소 30∼40% 삭감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노조는 이런 조건을 진정한 고용승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매각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협조한 만큼 상호 협력적 접근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MG손보) 말고도 부실 금융회사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위로금 없는 정리해고는 매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조합원들이 합의안에 동의하기로 결의하면서 당장 총파업으로 인한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가교보험사가 설립되면 바로 고객 계약이 이전되는 만큼 재매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