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유아 등 치명적… 집단면역 중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면서 국내 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홍역 환자는 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명)보다 1.3배 증가했다. 환자 중 73.1%(38명)는 성인이었고, 해외 유입 사례는 69.2%(36명)에 달했다.

홍역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2급 법정 감염병이다.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 12∼18명을 감염시킬 수 있을 만큼 전염력이 강하지만,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 2회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백신 1회 접종 시 약 93%, 2회 접종 시 97% 이상 항체가 형성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백신 불신’ 분위기 속에서 일부 건강한 성인이 “나는 체력이 좋고 면역력도 괜찮으니 굳이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이 홍역에 걸리면 고열, 기침, 콧물, 눈 충혈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며칠간 겪고 대부분 회복하지만, 10~20%는 폐렴, 중이염, 설사, 뇌염 등 합병증을 겪는다.
그런데도 건강한 성인에게 백신 접종을 강조하는 이유는 ‘집단면역’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이 감염원이 되어 홍역이 치명적일 수 있는 영유아나 노약자,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 등에 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홍신희 교수는 “MMR 백신은 생백신밖에 없어 만 1세 미만 영아, 임산부, 항암치료 환자 등 면역저하자는 접종할 수 없다”며 “사실상 홍역에 취약한 사람들은 백신조차 맞을 수 없어 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백신은 실제 병원체를 약하게 만든 백신으로, 정상적인 면역 상태에서는 면역 반응만 유도하고 끝나지만 면역이 약한 사람은 약화한 병원체로도 질병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부터 MMR 백신 2회 접종을 필수 예방접종으로 도입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는 생후 12∼15개월과 4∼6세에 총 2회 접종한다. 1968년 이전 출생자는 당시 홍역을 대부분 앓았기 때문에 자연 면역을 갖고 있다. 결국 1968∼1997년에 출생한 30~50대가 ‘면역의 구멍’이 되는 셈이다.
본인의 접종 여부를 모른다면 혈액 검사를 통해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홍 교수는 “홍역에 항체가 없는 청소년과 성인의 경우 4주 이상 간격을 두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할 필요가 있다”며 “홍역은 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제가 없이 대증 치료에 의존하는 만큼 임산부, 영유아,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관점에서 ‘집단면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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