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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 동등하게 양육 환경 구축… 미래 희망 느끼게 해야” [심층기획-저출생 시대 ‘결혼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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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22 06:00:00 수정 : 2024-11-22 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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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젊은층 결혼 부담 낮추려면 <끝>

비혼출산, 韓 4.7% OECD 평균 41.9%
출산권 보장 차원 국내도 제도화 여론
‘혼외자’ 차별적 인식 해소가 선결과제

전문가 “자녀 중심 사회보장시스템 필요
‘비혼’ 편견 바꿀 제도 통해 인식 전환
가족 가치 높이고 청년 돌봄부담 경감
안심하고 출산·양육할 수 있게 도와야”

비혼출산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출생률 반등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비혼출산을 제도화한 주요 선진국들은 결혼 제도 바깥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자 제도가 도입됐다.

한국은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중 비혼출산 비율이 4.7%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평균 비혼출산 비율이 41.9%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비율이다. 또한 ‘혼전동거’, ‘혼외자’ 등 단어에서 비롯되는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도 섣부른 도입을 경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세계일보는 2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김영미 동서대 교수(사회복지학), 저고위 상임위원을 지낸 홍석철 서울대 교수(경제학),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비혼출산 관련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 방안을 논의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왼쪽부터), 김영미 동서대 교수, 홍석철 서울대 교수.

전문가들은 낮은 출생률의 원인을 사회적으로 정해진 경직된 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내가 자율적인 삶을 누리면서 내 의지로 아이를 낳고 싶은데 사회적으로 정해진 결혼과 성역할이라는 틀과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 아이를 낳으면 ‘나’로 살면서 아이와 생활하지 못하니 아예 거부해 버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양육비 등인데, 직접 비용은 결혼할 때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며 “결혼 부대비용이 너무 크고 배우자 집안과 관계 등 문화적 부담까지 따라오다 보니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고 결국 출산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육아정책연구소와 저고위가 진행한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의 91.2%가 결혼에 따른 가사, 출산, 가족부양 등 역할에 대한 부담을 그 이유로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결혼에 필요한 비용으로 주택자금 평균 2억9700만원과 기타 비용 8900만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허 조사관은 “한국은 혼인 제도 내에서 출산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 국가”라며 “결혼 적령기의 여성과 남성의 인식 격차가 상당히 큰 현상이 나타나며 결혼부터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혼출산 제도화가 출생률 반등과 결부되려면 자녀 중심의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어난 아이의 가족형태를 따지지 않고 모든 조건이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혼하면 애 낳는다는 공식은 이미 2015년 이후 깨졌다”며 “하지만 정책 기조는 ‘신혼부부’, ‘청년’ 등 정권마다 집중 대상이 달랐고 ‘아이가 있는 가정’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출생신고 시 혼외자라는 것을 별도로 표기하는 것이 삭제돼야 한다”며 “아이를 둔 부모가 제도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비혼 커플도 배우자 출산휴가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동거관계가 끝났을 때 양육비 지급 이행 강화, 대지급제 도입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도 도입이 인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겠냐는 질문에 전문가 모두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홍 교수는 “동거해도 부부처럼 권리, 의무를 인정하면 일단 함께 살고, 생각 맞아서 아이 낳고 필요하면 결혼하는 문화가 생기며 비혼출생아도 늘고 출생률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동거를 꺼리는 것은 동거에 대한 편견과 낙인 때문이고 혼외자에 대한 편견은 법적 차별 때문”이라며 “법률혼과 비혼동거의 법적 간극을 줄이면 편견과 차별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부모의 결혼 여부,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다”며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문화를 바꾸려면 최소한의 법과 제도적인 장치는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비혼출산 제도화를 논의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허 조사관은 “사회구성원이 행복감을 느끼고 존중받아야 가족을 꾸린다”며 “여성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동등하게 대우받는 사회에서 자신의 가족을 구성하려는 사람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비혼출산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홍 교수는 “출생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제도가 바뀌면 결혼 여부 상관없이 아이를 갖는 부담이 줄어들고 사회 인식도 바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출생 장려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든 동등하게 자랄 환경을 만들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한 취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혼출산 제도화와 병행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홍 교수는 “가족 가치에 인식이 낮다. 앞으로 신경 쓸 건 인식을 개선하려는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사회구조를 개혁하고 사회적 돌봄 확대나 일·가정 양립 등 청년이 볼 때 결혼이든 출산이든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생식세포 공여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상담받을 병원을 지정해 줘야 한다. 임신·출산하는 시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청소년 때부터 중장년 때까지 건강 관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조사관은 “여성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동등하게 대우받는 사회에서 출산을 결심하고 실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성평등을 개선하려는 해외사례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안경준·박유빈·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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