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헤어질 수 있어"...끊이지 않는 '교제살인' [뉴스+]

일주일새 언론보도로 알려진 교제살인만 4건
김한규 의원, '교제폭력 3법' 대표발의

지난 5월 6일, 경찰서에 '강남역 한 건물에서 한 남성이 투신 자살하려고 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옥상 한 구석에 숨져있는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고 남성을 바로 체포했다. 사건발생 2시간 전 이 남성은 대형마트에서 흉기와 테이프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형적인 '계획 범죄'였다. 

강남역 교제살인 가해자 남성. 사진 연합뉴스.

가해자는 의대생. 연인 사이였던 이들은 올해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를 뒤늦게 안 여성의 부모는 혼인 무효소송을 추진했고, 이게 이 남성의 살인 동기가 됐다. 지난 8일 검찰은 이 남성에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연인 관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이른바 '교제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엔 한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경북 구미에서 체포됐다. 그는 피해자의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스토킹 가해자로 3차례나 경찰에 신고된 상태였지만 결말은 처참했다. 

구미 교제살인 가해자.

같은 날 또다른 40대 남성도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5일에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다음 몰래 버린 남성 장교가 구속됐다. 같은 날 경기 파주의 한 모텔에선 50대 남성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에 화가 났다며 연인을 살해했다.

현재로선 교제폭력과 살인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없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분노의 게이지’ 통계만 존재할 뿐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138명이고, 살인미수 등에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11명이라고 집계했다.

교제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사생활 정보를 잘 알고 있고,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가 신고와 처벌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반복적이고 강력한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현행법상 교제폭력을 정의하는 별도의 법이 존재하지 않아 가해자와 피해자를 강제로 분리하는 기본적인 보호 조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교제폭력 피해자 중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법적 보호의 한계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이 교제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교제폭력 3법'을 대표발의했다.

▲교제 관계 정의를 추가하여 피해자 보호 절차를 신설한 '스토킹·교제폭력 처벌법',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내용 및 방법을 신설한 '스토킹·교제폭력 방지법', ▲교제폭력 가해자에게 전자창지 부착 근거를 마련한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 등이 교제폭력 3법이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교제폭력의 법적 근거가 없어 보호와 처벌 모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죽어서야 끝나는 교제폭력을 뿌리 뽑아 더 이상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책 마련에 힘쓸 것"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