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본토 쿠르스크로 이동 정황 포착
美 “北, 러 동부에 병력 1만명 파견”
北 최선희 방러 ‘공동 외교전’ 모색
韓 대표단, EU에 ‘北 파병’ 브리핑
EU 고위대표 내주 방한 대응 논의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지원하고자 파병한 병력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전선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29일 비공개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김영복 부참모총장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 중이란 첩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파병군이 쿠르스크로 이동이 임박해지고 있는 점을 시사하는 측면도 있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40∼64㎞ 정도 떨어진 지역에 주둔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군의 전투력에 대한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파병 병력 대부분이 신병일 가능성이 높고 산악 지형이 많은 북한에 비해 평원 전투라는 지형적인 불리함으로 참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북한군의 실전 전투력에 대한 반론도 상당하다. 일단 1만여명의 병력이 쿠르스크에 집중 투입된다면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면 러시아는 본토 탈환에 투입할 예비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보낼 수 있다.
베테랑 병사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총알받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북한의 징집 연령이 17∼25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투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전화 통화에서 “더 추워지기 전에 한 치의 땅이라도 확보하려는 것이 푸틴의 절박한 마음일 텐데, 아무 쓸모 없는 인원만 모여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병력, 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군에게는 북한군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며, 북한군 중 숙달된 인원들이 있으면 (전장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언어 장벽 문제와 더불어 북·러 간 전술적 교리의 차이 등을 빠른 시일 내 극복하지 못한다면 러시아군과의 연합작전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도 러시아가 훈련 중인 북한군에게 러시아어 군사용어 100여개를 교육하고 있지만 북한군이 어려워해 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편제에 따라 독립적인 작전을 하기보다는 러시아군에 배속된 형태로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쿠르스크 지역에 분산 배치된 북한군이 부대 편제와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는 현지매체 보도도 나온다. 미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 지역에 약 1만명의 병력을 파견했으며, 향후 수 주간 우크라이나 가까이에서 러시아 병력을 증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초 3000명을 추정치로 제시한 것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싱 부대변인은 또 “러시아가 이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한 전투나 군사작전 지원에 활용할 의도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향후 북한의 도발 전망과 관련해서는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한은 첨단 부품 구입 및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지난 5월 실패한 정찰위성을 다시 발사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올해 북한 노동자 4000여명이 러시아로 파견됐으며 6월 북·러 신조약 체결 이후 광물을 비롯해 국제 제재를 받는 금수품에도 이면 합의가 이뤄지는 등 경제 분야 협력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했다.
파병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 외교전을 고려하는 정황도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공식방문하기 위해 전날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한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러시아를 방문하는 셈이다.
양측은 파병 관련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협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식방문’ 형태 방문이라고 밝힌 만큼 최 외무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스크바 답방 문제를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 최 외무상은 지난 1월 15∼17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초청으로 러시아를 ‘공식방문’ 형태로 찾아 외교회담, 푸틴 대통령 면담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왔다. 다만 이날 통신은 1월 공식방문 예고와 달리 초청 주체와 체류 기간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군 파병이 조기 노출되면서 이번 방문이 급하게 추진됐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측도 외교적 논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다음 주중 방한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북한 파병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구성된 한국 정부 대표단은 29일(현지시간) 벨기에브뤼셀 EU 본부를 방문해 회원국 대사들로 구성된 EU 정치안보위원회(PSC)에 북 파병 관련 사항을 브리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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