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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자 외면 죄책감·생활고에…‘전공의 개별 복귀’ 사례 늘어날 수도 [전공의 '5월 복귀설']

입력 : 2024-04-17 18:00:00 수정 : 2024-04-18 07: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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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던지는 돌 아프다” 절망감 토로
집단이탈 장기화에 생계 유지 어려움
의사단체 내홍 실망… 현장 복귀 고민 관측

대전협 “한국의사에겐 파업권 인정 안돼
정부의 업무복귀 명령은 권력남용” 주장
의협 “문제 해결 가능한 분은 尹대통령”

전국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 93%가 집단이탈한 지 두 달여가 돼 가는 와중에 ‘5월 복귀설’이 흘러나오는 데는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 의대 증원 2000명 등 정부 방침 때문이긴 하지만 환자를 두고 병원을 나섰다는 일말의 죄책감과 그런 환자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는 절망감, 두 달가량 이어진 생활고 등에 따른 불확실한 장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상당수 전공의가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일부 전공의들과 대학교수들 간의 불화에도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대규모 복귀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작은 ‘트리거’가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심각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소속 젊은의사네트워크(JDN) 주최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절망·내홍·생활고… 쌓이는 개별 복귀 이유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은 5월부터 근무하는 전임의 모집을 이날 오전 마감했는데 산부인과와 마취과를 제외한 일부 과는 공고 인원을 상당수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다만 “이 인원이 모두 복귀할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도 “전체 전임의 15%가 5월에 복귀하는 인원으로 모집됐다”며 “3월에 지원한 전임의 절반 정도만 근무 중인데, 5월에도 이 정도 복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전문의 자격을 딴 전임의와 수련 중인 전공의 입장은 차이가 있지만 전임의 복귀는 전공의들 대응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2월20일 2000명 증원 철회 등 7가지 요구를 꺼내 들면서도 ‘개별적 사직’이라고 밝힌 만큼, 상황 변화에 따라선 개별 복귀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이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개별 복귀할 이유는 늘어 가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전날 공개한 전공의들의 심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절망’이다. 류옥씨가 인터뷰한 레지던트 4년 차 전공의 A씨는 “국민이 던지는 돌이 너무 아프다”며 “내가 치료한 환자가 ‘의주빈’(N번방 사건 성범죄자 조주빈에 의사를 빗댄 조어), ‘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의사를 빗댄 조어)라고 욕을 한다”고 토로했다. 류옥씨는 “이대로라면 사직 전공의의 절반가량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머지 절반은 선행 조건에 따라 복귀를 할 생각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생활고를 호소하는 전공의도 크게 늘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저희도 월급 받고 사는 직장인이었고, 전공의 커뮤니티를 보면 택배 배송, 학원 강사 알바 등 사직 전공의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는 이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부터 사직 전공의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생활이 어려운 전공의들을 돕고 있는데, 후원을 요청한 전공의는 400여명에 달한다. 집단사직 첫 달엔 수십명만 후원을 요청했다.

 

◆전공의·교수단체 ‘강경 대응’으로

 

정치권에서 국민과 의료계, 여·야를 아우르는 협의체 구성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의료계 단체들은 정부와의 일대일 논의만 요구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소속 젊은의사협의체(JDN) 회의 워킹 그룹 세션에 참석해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이혜주 전 정책이사는 이날 의협 회관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젊은의사네트워크(JDN) 주최 행사에 참석해 “한국 의사에게는 ‘파업권’이라는 기본적인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내린 업무복귀명령은 ‘권력 남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전 정책이사는 “정부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사직서 제출이) 쉽지 않았다”며 WMA를 향해 “어려운 시기에 여러분의 연대가 힘이 됐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루제인 알코드마니 WMA 회장과 박정률 WMA 의장 등도 참석했다.

 

의대교수 단체는 정부가 의료계 단일안을 요구한 데 대해 “의료계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었다”며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를 재차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가 증원 과정에서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과 증원 시 의대 교육의 질 저하 우려 등을 지적하며 “목전에 닥친 의료 붕괴의 상황에서 정부에 의료계와의 신속한 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의협도 대통령을 향해 의·정 갈등 해결을 요청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고 중증의료와 응급의료를 최상으로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의료개혁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분야를 붕괴하는 시발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대통령”이라며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우리에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공의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미국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신청에 필요한 해외수련추천서를 복지부가 발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복지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재영·이정우·이지민·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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