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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세계 최고, 국내 꼴찌인 서울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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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7 23:11:27 수정 : 2024-03-27 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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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월 15만원 안팎을 교통비로 쓴다. 요금이 비싸기로 악명 높은 신분당선을 이용하는 탓이다. 광교∼신사 요금만 4100원이다. 월 6만2000원 기후동행카드로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마음껏 타는 서울시민이 부러울 뿐이다. 요금 체계가 복잡해서 기후동행카드도 쓸 수 없다. 전동차는 6량 1편성이라 출퇴근 시간 혼잡이 심하다. 김포에 이어 고양 주민도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애써 외면하게 된다.

서울지하철은 해외 여러 도시가 벤치마킹하는 대상이다. 낮은 요금에 쾌적하고 정확한 지하철로 소문나 있다. ‘여행객이 서울지하철만큼은 걱정할 게 전혀 없다. 노선도만 구해 타면 된다. 안전하고 편리한 데다가 비용마저 저렴하다.’ 세계 최대 여행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려진 글이다. 다양한 노선 색깔과 표지판 덕분에 갈아타기가 쉽다는 칭찬 글도 보인다. 여행안내 책자 등에 ‘서울과 같은 지하철’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우는 외국 도시도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서울지하철이 국내 경영평가에선 꼴찌 수준이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전국 6개 도시철도공사 중 서울교통공사가 맨 아래 6위에 앉았다. 정성지표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으나 정량지표는 평균(88.75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84.10점으로 꼴찌를 했다. 혁신, 안전, 고용창출 등 여러 요소를 수치화한 평가가 유독 저조하게 나온 것이다. 전년도에도 정량지표에서 다른 5개 공사가 모두 90점 이상이었으나 서울교통공사만 70점대(75.31점)를 기록했다.

서울지하철 관계자들은 2016년 1∼4호선 서울메트로와 5∼8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통합 전후 성적표가 180도 다르다. 통합 전 10년간 두 기관이 1위를 한 게 5번이고 2위도 4번이나 차지했다. 덩치가 커지면서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성과와 보상에 매우 민감한 MZ세대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유 있는 불만이다. 헤비급 선수와 라이트급 선수의 순발력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건 난센스 아닌가.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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