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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지금 대통령실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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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8 23:16:17 수정 : 2022-08-18 2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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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관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만세” 소리가 울려퍼진다고 한다. 일을 안 시켜서라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얘기가 들린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새로운 국정방향이 하달되고, 정부부처는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인사판을 새로 짜고, 매일 청와대 불려가 보고하느라 바쁘기 마련인데 이 정권은 그런 일이 거의 없는 모양이다. 시쳇말로 ‘쪼아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료들에겐 태평성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정수석실이 사라진 탓이 크다. 과거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 관가를 종횡무진 다니며 관료들의 복무기강, 특이사항,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현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특감반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민정수석실의 하부조직이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살아남아서 일부 기능을 담당하지만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과 국무총리실에서 비슷한 일을 하지만 이들은 인사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겁을 내지 않는다.

박현준 경제부 차장대우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민정수석실 폐지의 한 여파다. 현정부에선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부가 제각기 인사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민정수석실 ‘원톱’ 구조를 세 군데로 쪼갠 것이다. 민정수석실의 폐단을 없앤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인사추천과 검증절차 자체가 복잡해지면서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 대통령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인사가 늦어지는 건 검증 시스템 자체에 개선 필요성이 있어서인 것이다. 민정수석실 업무인 공직감찰, 인사검증 가운데 공직감찰 기능은 없애고, 인사검증 기능은 반쪽만 남긴 게 현정부의 대통령실이다.

또 하나 사라진 게 있다. 민심 청취다. 역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칼이면서도 ‘위대한 반대자’를 자임해왔다. 대통령이 그릇된 결정을 하려 들 때면 ‘민심’을 배경 삼아 간언을 하곤 했다. 국민들은 그런 꼿꼿한 인물에 후한 점수를 줬다. 대통령실이 민심에 무뎌진 게 역력히 보인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야심차게 발표한 정책이다. 취임 석 달 만에 과거 시스템 복귀를 선언하기엔 민망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윤 대통령 본인 스스로 자신의 치적으로 평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사검증 기능을 가져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소지도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감찰·인사검증·민심청취 시스템에는 보완할 부분이 있다. 민정수석실을 되살리든, 보완하든, 어느 쪽이든 서둘러야 한다. 지지율 30%대 대통령은 생각만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만약 잘못을 직시하지 않고 욕심을 내다가는 자칫 기존 제도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벌써 잡음이 저 멀리서 들려온다.

명색이 경제부 기자인데 칼럼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윤 대통령 얘기를 쓰다 보니 민망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이 정부에서 경제정책이라 할 만한 게 안 보인다. 정책이 없으니 비판할 점도, 옹호할 점도, 개선할 점도 안 보인다. 다음번에는 부디 경제 칼럼을 쓸 여건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박현준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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