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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미끼 거래 나선 北, 막말 피했다

입력 : 2021-08-03 19:08:45 수정 : 2021-08-03 19: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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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한·미훈련’ 담화 보니

“예의주시 할 것” “재미없는 전주곡”
욕설·비하 표현 없이 메시지 전달
김정은 의중 반영 속도 조절 분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최근 이뤄진 남북 통신선 복원과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대외 메시지 발신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향후 남·북·미의 수싸움을 앞두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속도감 있는 대외행보와 담화를 통해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표현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점이다.

3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본인 명의로 10여건이 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 1일 담화에서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유리한 대외환경 조성을 노린 이번 담화문에서 김 부부장은 욕설·비하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나마 눈에 띄거나 자극적인 표현은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 주시할 것”이라거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으로 본다”는 정도였다. 대담 담화문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사라지고 있는 흐름의 연장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상반기까지의 사례와는 대조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국내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이라고 비난했으며, 올해 초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북한 심야 열병식 정황 포착 발표에 대해 “특등 머저리들, 기괴한 족속들”이라며 원색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뱉었다. 지난 3월에 이뤄진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떼떼(말더듬이)”, “미국산 앵무새” 등의 수위 높은 비하표현을 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제1차 지휘관, 정치일군강습회' 참가자들과 본부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수개월 사이에 차분히 이뤄지고 있는 김 부부장의 태도 변화 배경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들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은 대남·대미 도발을 자제하고 있는 데다가, 남북 통신선 복원이 결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부장이 거친 표현을 하면 김 위원장의 결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는 셈이다.

결국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문은 김 위원장의 결정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분명한 대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북한이 남북 대화를 미끼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기 위한 ‘거래’에 나섰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메시지 발신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 정세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정부 당국의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비라는 것은 단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군사문제나 한반도 관계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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