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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수요 무시한 채 농어촌 일자리 집중… ‘미스매치’ 심각 [심층기획 - 지역맞춤형 일자리 '헛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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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3 06:00:00 수정 : 2021-08-03 07: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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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농 희망 취업자는 10%도 안되는데
지자체 등 농산어촌 위주 고용 지원

정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年 2350억 들여 3만6000명 고용에도
수도권·지방 취업연계 최대 49%P差
임시직 비율도 많아 지속가능성 의문

“중앙정부 정책사업 지역에서도 재탕
지자체 재량 발휘하게 권한 나눠야”

정부의 지역맞춤형 일자리 사업의 성과가 미미하다. 2018년 6월부터 시행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은 지난 2년간 7만2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중도탈락률은 20% 안팎으로 중소기업 퇴사율과 비슷하지만, 이 사업이 애초 목표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자리매김할지는 의문이다. 창농을 희망하는 수도권 청년은 10%에도 미치지 않는데 각 지방자치단체는 농산어촌 위주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서다. 한 해 2000억원 남짓한 관련 사업 예산을 늘리고 지자체 재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맞춤형 일자리로 2년간 7만여명 일자리 창출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청년고용의무제 확대, 추가고용장려금 신설, 청년구직 촉진수당 도입, 블라인드 채용 확대 등의 청년일자리 관련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어 2018년 3월에는 고용 증대 기업 지원 강화, 창업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청년일자리대책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는데, 이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은 2019년 기준으로 총 인구의 50%, 20∼30대 청년인구의 47%, 총 사업체의 47%가 몰려 있는 지역 간 취·창업 환경과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상황을 감안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각 지자체 주도로 농산어촌 등 지역에서 청년의 취·창업 확대(지역정착지원형·1유형) 및 창업공간 조성(창업투자생태계조성형·2유형), 지역사회 서비스 분야 근로 후 민간 취·창업 연계(민간취업연계형·3유형)에 지난해의 경우 2350억원을 투입했다.

지역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사업의 고용창출 인원은 1유형 2만2989명, 2유형 5328명, 3유형 7750명 등 3만6067명에 달한다. 그 결과 1유형의 정규직 전환율은 62.9%(1만4460명)였고, 2유형의 창업률과 추가고용률은 각각 76.3%(879개)와 53.5%(987명), 3유형의 취업연계율은 64.4%(2080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성과 차이는 있었다. 2020년 1유형의 정규직 전환율은 수도권 84.6%, 비수도권 60.4%였다. 3유형의 경우 수도권 취업연계율은 30.7%, 비수도권 69.4%였지만 이 중 타기업 취업연계율은 수도권 62.5%, 비수도권 14.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업에 참여했다가 도중에 관둔 중도탈락자는 지난해의 경우 7197명(20.0%)이다. 1유형의 경우 중도탈락 인원의 80.1%는 건강이나 지역이동, 개인사정 등의 이유였고 ‘타기업 취업 성공 등 긍정적 변화’가 12.4%, ‘학업과 취창업 준비 집중 등 자기계발’은 7.5%에 그쳤다.

 

◆“중앙의 일자리 지원사업과 대동소이한 점 극복해야”

 

문재인정부 최초의 본격적인 지역맞춤형 일자리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행안부가 지난해 7월 전년도 1유형에 참여한 청년 900명과 참여 사업체 담당자 3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전반적인 사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2점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에서의 소속감이나 창업공간 환경에 만족한다’와 ‘경력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 등은 평균 점수인 4.0점을 받았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에 참여 중인 정보통신업체 ㈜굿앱에 2018년 8월 입사한 김동혁(31)씨는 “2년 동안 고용이 보장돼 근로자 입장으로 중간에 경력 단절이나 이직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며 “취업에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며 지금은 회사의 복지와 급여에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청년들과의 네트워크 형성’(3.5점), ‘사업 참여기간’(3.7점), ‘비금전적 지원’(3.7점) 등은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또 상당수 일자리가 임시직이라는 점은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1유형은 82.7%가 정규직으로 근무했지만 3유형의 경우 16.3%만이 정규직으로 근무했다. 충북 일자리 대행기관 관계자는 “청년이 신청하고 면접도 거치지만 본인 생각과 맞지 않는 근로조건으로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실상부한 지역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위해선 지자체 역량을 높이고 지역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동만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지역·산업HRD연구센터장은 “중앙정부가 하던 정책들과 대동소이한 사업이 지역에서도 재탕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앙정부가 재원은 마련하되 지역에서 정말 필요한 정책과 제도에 집중해서 쓸 수 있게끔 권한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우 울산대 교수(경제학)는 “‘우리 지역에서 혜택을 받았으니 우리 지역을 떠나면 안 된다’는 발상을 없애야 한다”며 “지자체에서 하는 일은 다른 지역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을 잘해야 한다. 5명이 떠나면 6명이 오고, 7명이 떠나면 8명이 오는 방식으로 전국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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