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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서 콘서트∼채용설명회까지… 앞다퉈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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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3 06:00:00 수정 : 2021-08-03 07: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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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부는 ‘메타버스 열풍’

메타버스가 뭐길래
3차원 가상세계… 아바타로 다양한 활동
플랫폼 로블록스·네이버 제페토 대표적
비대면시대 사내교육 등 업무 공간 변모

마케팅의 장으로 확장
콘텐츠 분야 온라인 공연·팬사인회 개최
가상매장서 신차 시승·신상품 체험 등
기업들 제품 홍보·소통 공간 적극 활용

시장 커지는 미래 산업
2021년 34조 → 2024년 329조원 시장 광폭 성장
정치권도 가세… 사이버 대선 캠프 열기도
전문가 “다양한 수요 감안 역량 강화 필요”

이용자들 소비과정 소유권 등 분쟁 소지
소통 과정 폭언·모욕에 성범죄 우려도
빠르게 성장한 만큼 적절한 대응책 필요
지난달 18일 LG전자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과정을 마친 직원 100여명이 미국 카네기멜런대(CMU) 캠퍼스에서 열린 수료식에 참석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과정은 LG전자와 CMU가 함께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올해 초 사내 심사를 통해 선발된 연구원들은 CMU 교수진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수료식에서 직원들과 CMU 교수들은 연구원들이 수료증을 받을 때마다 축하와 덕담을 나눴다. 수료식에 앞서 참석자들은 CMU 캠퍼스와 LG트윈타워를 둘러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이동과 대면 행사 개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메타버스(Metaverse)’ 덕분이다. LG전자는 이번 수료식을 위해 가상공간에 LG트윈타워와 CMU캠퍼스를 실제 모습과 유사하게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각자 자신의 모습을 대신하는 디지털 캐릭터인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투어와 수료식에 참석한 것이다.

 

10대와 청소년, MZ세대의 ‘놀이터’로 여겨졌던 메타버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특히 기업들은 ‘메타버스 열풍’에 동참해 기업 활동 전반에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영어단어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인 ‘스노 크래시’에서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를 표현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했다. 용어는 생소하지만 쉽게 말해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는 모든 공간을 가리킨다. 우리에게 친숙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싸이월드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메타버스에 해당한다. 이용자가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하는 플랫폼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네이버제트의 AR(증강현실) 플랫폼 ‘제페토’가 대표적이다. AR과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이 혼합된 확장현실(XR)도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공연에서부터 제품 홍보까지 마케팅 장이 된 메타버스

2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앞장서서 활용한 것은 콘텐츠 산업 분야다. 지난해 4월 미국 유명 래퍼인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 속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연 당시 콘서트 첫날에만 1230만명이 동시에 접속했고, 공연 관련 수익은 약 2000만달러(약 230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YG 소속 아이돌 블랙핑크가 지난해 9월 제페토에서 연 가상 팬 사인회에는 전 세계 팬 4600만명이 모였다.

기업들은 제품 홍보에 메타버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 내에 이탈리아 본사가 위치한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가상매장 ‘구찌빌라’를 짓고 신상품을 선보였다. 구찌는 의상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 60여종의 제품을 아이템으로 구현해 판매했다. 판매 며칠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이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프랑스 패션기업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도 지난달 제페토에 주력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의 메이크업 세트 판매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제페토와 협업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아바타를 이용한 간접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현대차는 쏘나타 N 차량을 그대로 구현해 제페토 내 인기공간인 다운타운과 드라이빙 존에서 시승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LG 올레드 TV 제품 홍보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동물의 숲은 가상 캐릭터가 집과 마을을 꾸미고, 이웃과 교류하는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다.

메타버스가 활발해지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통계전문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올해 307억달러(약 34조1077억원)에서 2024년 약 2969억달러(약 329조8559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관련 기술인 확장현실(XR) 시장은 2025년 4764억달러(약 548조원)을 기록하고, 2030년까지 1조5000억달러(약 172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 사내교육, 제품개발 등 기업 업무 방식까지 변화시켜

메타버스는 마케팅 공간을 넘어 이제는 회의, 사내교육, 일상 업무까지 기업의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코로나19 비대면 환경과 MZ(밀레니얼+Z)세대인 신입사원들 눈높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메타버스로 신입사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신입사원 교육 몰입도를 높이고 입사 동기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메타버스 교육장을 만들었다. 교육장은 국내 4개 사업장을 구현한 1개의 메인홀 등으로 구성됐다. 약 200명의 신입사원들은 교육장에서 본인의 아바타로 LG디스플레이 주요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LG화학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 신입사원 연수 교육을 진행했다. 가상 교육센터는 대강당과 직무교육 수강방, 강의실, 휴게실, 식당 등으로 구성해 현실과 비슷한 교육·소통 환경을 조성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인 ‘점프 버추얼 밋업’을 활용해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열린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에는 응모를 통해 선정된 600여명의 취준생과 채용·직무 담당자가 아바타로 참여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순천향대와 협력해 국내 대학 최초로 신입생 입학식을 메타버스에서 개최했다. 순천향대 본교 대운동장을 실제와 거의 흡사한 메타버스 맵으로 구현했다. SK텔레콤은 입학식을 위해 순천향대 맞춤형 아바타 의상인 ‘과잠(대학점퍼)’도 준비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은 국내 최초로 서울 서초구에 있던 오프라인 본사를 없애고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전용공간 ‘메타폴리스’를 통해 원격근무를 상시화했다. 메타폴리스는 실제 사무실을 본떠 만든 가상공간이다. 30층 높이의 건물로 사무실은 4층에 있다. 직방 직원들은 아바타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상의 사무실에 출근한다. 가상공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접근해야 얼굴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는 등 실제 사무실과 유사한 환경을 마련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현대자동차가 구현한 쏘나타 N 라인. 현대자동차 제공

롯데건설은 직방과 손을 잡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프롭테크 활성화에 나섰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한 용어로 모바일·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를 가리킨다. 롯데건설은 직방의 메타폴리스에 공간을 만들고 분양상담 및 광고, 모델하우스 관람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치권까지 메타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와 접점을 늘려 표심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메타폴리스의 건물 7개 층을 임대했다. 이 중 1개 층은 중앙당사이고, 나머지는 6명 대선 경선 후보들의 캠프 사무실로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민주당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제페토에 사이버 대선 캠프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혜 산업연구원(KIET) 연구원은 “게임과 가상공연 등 콘텐츠산업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향후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양한 산업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산업별 생산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메타버스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대한상의 온라인 강연에서 “우리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기업에서는 가상 오피스를 통해 직원 간 협업을 늘려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가상공장을 도입하여 원가를 줄이고 안전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가상공간에 구축한 CMU(Carnegie Mellon University) 캠퍼스의 행사장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수료식에 참가한 직원들이 수료증을 받고 동료들과 수료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습. LG전자 제공

◆메타버스 콘텐츠 저작권 등 새로운 문제들 떠올라

 

메타버스가 우리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만들어진 콘텐츠의 소유권, 저작권 문제부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이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거나 기존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서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및 저작권 침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메타버스로 인한 소송이 발생했다. 미국 전미음악출판협회(NMPA)는 지난 6월 로블록스에 2억달러(약 2000억원) 상당의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들은 로블록스가 자사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들에게 파는 가상 음악 재생장치를 통해 음악 저작권자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명섭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과거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한 환경과 규칙 내에서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즐겼다면 현재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직접 창작 및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을 중심으로 메타버스의 경제활동이 지식재산 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선제적으로 이슈를 발굴하여 이에 대한 쟁점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내 소통 과정에서 폭언, 모욕 등 범죄 발생에 대한 대책 마련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랜덤채팅앱의 사례처럼 메타버스 주요 이용자인 10대를 노린 성범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제페토에서는 성인 남성이 10대 이용자에게 접근해 직접 만나자며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아바타 대상으로 스토킹하거나 성희롱, 유사 성행위를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로블록스에서 성인 이용자가 성관계 상대를 찾는 등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벌어졌다. 지난 4월 영국에서는 23세 남성이 로블록스에서 7~12세 아동에게 접근해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다른 사람 아바타의 사적인 공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들어가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문제나 다른 사람의 아바타에 폭력적 행동을 하는 문제, 아바타가 가상공간의 사물을 훼손하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도적, 윤리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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