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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정부 임기 말 대통령 차남인 현철씨가 국정개입 사건으로 구속됐다. 그 무렵 금융계 고위인사는 “청와대 보도자료에 오자가 나오는 걸 보고 정권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이후 YS정부의 국정은 난맥상을 보였고 급기야 1997년 말 국가부도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제 오·탈자 정도는 애교로 봐야 할 것 같다. 지난달 말 ‘2021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개최지를 소개하는 영상에 서울이 아닌 평양 위성사진이 등장했다. 청와대는 “외주 제작사의 단순 실수”라고 했지만 시중에는 관련자의 친북 성향이 투영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2년여 전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하는 결례를 범했다. 2018년 11월에도 외교부가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을 앞두고 공식 영문 트위터에 체코의 국명을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했다.

이번에는 사진 조작이다. 정부는 13일 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공식 홍보물로 게재했다. 이 사진은 맨 왼쪽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모습을 잘라내 문 대통령이 중앙 근처에 서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사진 한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제목도 달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며 우리 후세 대통령의 자리는 더 영광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과 글 모두 낯 뜨거운 거짓말이다. 문 대통령의 위치는 지위와 취임 순서 등 국제관례에 따라 정해졌을 따름이다. 청와대는 “편집 디자이너의 제작상 실수”라며 사진을 원본으로 바꿨다.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정책 성과보다 보여주기 쇼에 집착하는 고질병이 외교 결례와 국제 망신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수가 잦으면 버릇이 되는 법이다. 가뜩이나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실수가 되풀이되니 걱정이다. 불행은 혼자 다니지 않고 몰려다닌다고 하지 않았나.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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