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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으로 치면 중국의 장자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듯싶다. 그의 허풍은 ‘장자’의 소요유편에 자세히 실려 있다. “북쪽 끝 바다 어두운 곳에 곤이라는 물고기가 산다.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 물고기가 변한 것이 붕(鵬)이라는 새다. 이 새가 힘껏 날면 날개가 하늘을 덮은 구름과 같다. 붕이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는 3000리에 물결이 치고 9만리 높이로 날아오른다.” 9만리라면 지구 둘레 4만km와 맞먹는 3만6000km에 해당한다.

장자 뺨치는 뻥쟁이가 서양의 볼테르다. 그의 SF소설 ‘미크로메가스’를 보면 시리우스 은하계에 사는 미크로메가스가 우주여행을 하다 토성에 도착한다. “당신의 수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토성인의 질문에 “너무 짧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자 토성인도 이렇게 맞장구친다. “저런! 우리는 태양을 500번 공전할 시간밖에 살지 못합니다.” 토성의 공전주기가 29년이므로 대략 수명이 1만5000년이라는 얘기다. 자신의 수명이 짧다고 한탄한 시리우스인의 수명은 토성인보다 700배나 길다. 토성인의 평균 신장은 2km에 달하지만 시리우스인에겐 난쟁이에 불과하다. 미크로메가스의 키가 자그마치 36km다. 시리우스의 나라에선 30m 크기의 벌레도 특수현미경으로 봐야 겨우 보인다고 한다.

지난 4·7 재보선의 최고 뻥쟁이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국가혁명당 허경영 총재다. 그의 포퓰리즘 공약은 당명만큼이나 혁명적이다. ‘18세부터 국민배당금 매월 150만원씩 평생 지급’ ‘연애수당 매월 20만원, 결혼수당 1억원’ 허씨의 필살기는 축지법과 공중부양이다. 그는 자칭 ‘IQ 430’이다. 한 중학생이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그의 대답은 “허경영을 세 번 부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허경영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코로나19가 완치된다”고 허풍을 떨었다.

장자와 볼테르의 뻥은 삶의 철학이 배어 있다. 허경영의 뻥은 명예훼손으로 혼쭐이 나긴 했지만 해학과 웃음이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내로남불식 허풍에는 철학도 웃음도 없다. 국민의 눈살만 찌푸리게 할 뿐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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