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中, 젊은층 결혼 기피에 저출산 쇼크… ‘인구대국’ 힘 빠지나 [심층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2021-04-06 06:00:00 수정 : 2021-04-06 07:50: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구 감소 우려 커지는 중국

‘두 자녀 정책’에도 출생아 수 감소세
2020년 일부지역선 30% 넘게 줄어들어

비싼 집값·양육비 등 비용 부담 크고
‘세 자녀 이상 벌금’ 해묵은 규제 여전

고령화까지 가속… 경제 성장에 악재
‘인구대국 프리미엄’이 부메랑될 수도

“지난 1월18일 국가통계국의 국민경제 운영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통계국은 지난해 출생아 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통계국은 매년 이 자리에서 전년도 국내총생산(GDP), 국민소득, 출생아 수 등을 발표했다. 올해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10년 만의 인구총조사 결과를 4월에 발표하면서 출생아 수도 함께 내놓기로 했다. 국가 전체의 출생아 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0년 출생아가 2019년보다 크게 감소했을 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두 자녀를 둔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있고, 가임 연령의 여성 수 역시 줄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예상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이 ‘저출산 함정’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중화권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이자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 교수인 인구학자 량젠장이 최근 중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대목이다.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구대국’ 중국이 인구 감소 문제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을 앞설 것을 자신하던 중국에 인구 문제가 ‘회색코뿔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회색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큰 덩치의 코뿔소가 막상 근처에 오면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야기한다.

줄어드는 아기 울음 소리뿐 아니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까지 겹쳤다. 중국은 많은 인구를 동력 삼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이 인구가 되레 중국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줄어드는 출생아 수… 커지는 인구 감소 우려

5일 중국 공안국과 매체 등에 따르면 4월 말 국가통계국의 지난해 출생아 수 발표를 앞두고 중국에서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공안국 호적관리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전국 성명 보고서’에서 지난해 호적 등록까지 한 출생아 수는 1003만5000명이었다. 2019년 호적 등록 출생아 수는 1179만명으로 1년 사이 14.9%인 175만여명이나 감소했다.

통계국이 발표하는 출생아 수는 호적 등록을 해야 하는 공안국의 출생아 수보다는 많겠지만, 감소 추세는 확연하다. 통계국의 출생아 수는 2015년 1655만명에서 ‘두 자녀 정책’이 허용된 2016년 1768만명으로 반짝 늘었다. 하지만 2017년 1723만명, 2018년 1523만명, 2019년 1465만명으로 계속 감소했다. 2019년의 출생아 수는 대기근으로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었던 1961년 1187만명 이후 가장 적었다.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019년보다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자체가 올해 1월 자체적으로 공개한 지난해 출생아 수는 대부분 감소했다. 일부 지역은 30% 넘게 줄어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인 광둥성 성도(省都) 광저우시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19만5500명으로 2019년보다 17% 감소했다. 이 수치는 최근 10년 동안 최저 수준이다.

안후이성의 성도 허페이 역시 지난해 7만9300명이 태어났는데, 2019년보다 23% 감소한 수치다. 저장성의 원저우시와 타이저우도 각각 19%, 33% 감소했다. 후이족이 거주하는 닝샤후이자치구 역시 16% 줄었다.

인구학자 허야푸는 이 같은 추세 등을 감안해 4월 말 발표하는 2020년 출생아 수를 약 1254만명으로 예상했다. 비록 예상치이나 2019년 1465만명과 비교하면 14.4%나 줄어든다는 얘기다. 중국세계화센터 황웬전 선임연구원은 “가임기 여성 감소와 기타 요인을 감안할 때 2020년 출산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난해 출생아 수가 최근 수십년간 가장 낮을 수 있지만 앞으로 출산이 늘지 않으면 향후 수십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 기피, 남아 선호에 따른 인구 절벽과 고령화

문제는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인구 절벽’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칭화대학 헝다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중국 결혼 현황 관련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혼인 등록 건수는 2013년 1347만건으로 고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가 지난해 813만건으로 39.6%나 줄었다.

 

나이가 들어 혼인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결혼한 이들 중 35∼39세 비중은 2005년 4.9%에서 2019년 8.1%로, 40세 이상은 같은 기간 3.9%에서 19.9%로 각각 늘었다. 반면 20~24세 비중은 47%에서 19.7%로 줄었다. 헝다연구원은 “사회가 발전하고 젊은 층이 자유를 추구하면서 혼인을 속박이라 생각한다”며 “또 (집값 등) 결혼 및 출산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 가정을 꾸리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심각한 남아선호도 혼인율을 감소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호적 등록된 출생아 중 남아는 529만명, 여아는 474만5000명으로 여아 100명당 남아 수인 출생 성비가 111.5명이었다. 현재 결혼 적령기의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명 넘게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허야푸는 “중국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1.5명 이하인데 ‘저출산의 함정’에 빠졌고,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고령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민정부(民政部)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19년 1억7600만명에서 5년 안에 3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01년 고령화사회(인구의 7% 이상이 65세 이상)에 진입했고, 내년에는 고령사회(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2.6%였다.

중국 사회과학원 등은 중국 인구가 2027년 14억40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2050년까지 13억20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고령화는 미국과 경제 패권을 놓고 다투는 중국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다. 고령화는 인건비를 증가시켜 ‘세계의 공장’으로서 프리미엄을 잃게 만든다. 저축 및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증가하는 사회복지 비용 조달을 위한 더 큰 폭의 재정적자를 초래한다. 출산율 감소와 노령화 추세가 지속하면 중국의 사회보장기금은 2035년쯤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아 제한 유지 등 번지수 못 찾는 인구 정책

중국 당국과 지방정부도 출생아 감소 등 인구 감소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다.

중국은 출산율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산아 제한 규정을 없애야 하지만, 세 자녀 이상을 둔 가정에 벌금을 물리는 제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중국 중부 산시성 싱크탱크의 한 전문가는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 여성과 시골 총각을 결혼시켜 성비 불균형을 해결하자”며 “여성들은 농촌에 가서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제안했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연례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인구 노령화에 적극 대응하고, 적절한 출산율 실현을 촉진하며, 은퇴 연령을 점차 늦추는 국가전략의 시행”을 제안했다. ‘적절한 출산율’이란 발언은 중국이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추진한 뒤 처음 나온 제안으로 이달 중 발표되는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라 산아 제한 등 가족계획법이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 자녀 정책 시행 때도 반짝 효과만 있었을 뿐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바꾸진 못했다.

베이징대 인구연구소 무광종 교수는 “중국은 높은 자녀 양육비, 비싼 집값과 교육비 등 사회 환경이 아이를 갖기에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년간 중국 인구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이푸셴 연구원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며 “미혼모 등에 대해 더 관용적 태도를 취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