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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나쁜 동맹, 좋은 동맹

입력 : 2019-04-14 23:20:52 수정 : 2019-04-14 23: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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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들어 韓·美동맹 약화 우려 / 北 완전한 비핵화 요원한 상황서 / 굳건한 韓·美동맹은 우리의 생명줄 / 동맹 정상화 위한 정부 노력 절실

역사상 최악의 동맹 중 하나가 1930년대 체코·프랑스 동맹이다. 신생국 체코는 이웃의 강대국 독일이 두려워 프랑스와 한편이 됐다.

1938년 9월 나치 독일은 체코에 영토 일부의 할양을 요구한다.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협박했다. 체코는 즉각 거부하고 전군에 경계령을 내린다. 하지만 동맹국 프랑스는 주저했다. 체코 때문에 독일과 싸우는 건 내키지 않았다. 민심은 ‘파리도 아니고 프라하를 위해 피를 흘릴 순 없다’는 쪽이었다.

김태훈 특별기획취재팀장

이 문제로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4국 정상이 독일 뮌헨에 모여 회담을 연다. 체코 대표는 ‘패싱’을 당했다. 프랑스의 동의 아래 ‘체코가 양보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39년 3월 체코는 남은 땅까지 몽땅 독일에 빼앗기며 지도에서 사라진다. 1년여 뒤인 1940년 6월에는 프랑스마저 독일에 패망한다. 친구가 어려울 때 외면한 동맹의 말로는 비참했다.

세상에 저절로 잘 되는 동맹은 없다. 인간관계처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2차 대전 때의 영국·미국 동맹이 그랬다. 대전 초반 독일군에 연전연패한 영국군을 미국인들은 ‘겁쟁이’라며 업신여겼다. 뒤늦게 전쟁에 뛰어들어 실전 경험이 부족한 미군을 영국인들은 ‘풋내기’라고 무시했다.

영·미 연합군의 지휘권이 미국에 넘어가며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미군 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존중심을 갖고 영국인을 대하라”고 지시해도 소용없었다. 런던 시내에서 술 취한 미군 병사가 영국을 모독하는 망언을 했다는 보고를 받은 아이젠하워는 화가 치밀었다.

“나는 그 개XX를 (대서양을) 헤엄쳐서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실제로 영국군과 다툰 어느 미군 장교가 강등과 본국 소환에 처해졌다. 아이젠하워의 성의 있는 조치에 영국인들도 차츰 가슴을 열었다.

6·25 전쟁 당시 한국군은 약했다. 1950년 6월26일 미군 원수 더글러스 맥아더가 백악관에 보낸 전문엔 이런 구절이 있다.

‘남한군은 북한의 단호한 공세에 저항할 능력이 없다. 남한군의 사상자 수로 미뤄보면 남한군이 적절한 저항 능력이나 전투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하며 따라서 완전한 붕괴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이라는 다 꺼져 가는 촛불을 되살릴 수 있는 나라는 단 하나, 미국뿐이었다. 정작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한국의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이다. 전선에 투입된 시카고 출신의 어느 병사는 종군기자한테 “나는 우리나라(미국)를 위해 싸우겠지만 왜 이 지옥 같은 나라(한국)를 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고 투덜댄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도, 뉴욕도 아닌 서울을 위해 미군 3만6000여명이 목숨을 바쳤다.

오늘날 ‘한반도에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믿는 근거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북한이 감히 미국과 싸우려 들까’라고 반문한다. 어느덧 70년이 다 돼가는 한·미 동맹의 위력이다.

그런데 이 동맹이 문재인정부 들어 어려움에 처했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은 반세기 전인 1969년의 닉슨 독트린, 곧 ‘아시아 동맹국들은 더는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정책 기조로 회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보다 북한의 환심을 사는 데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간극이 좀 좁혀지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빈손’으로 끝났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은 우리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동맹 정상화를 위한 문재인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1942년 6월 영국군이 아프리카 전투에서 에르빈 로멜의 독일군에 참패하고 난 뒤의 일이다. 영국의 다급한 호소를 들은 미국은 최신 탱크 300대의 차체와 부품을 배 6척에 나눠 실어 수에즈 운하로 보냈다. 그런데 탱크에 장착할 엔진만 따로 실은 배가 그만 독일군 잠수함에 격침됐다. 아깝고 또 미안한 마음에 영국 정부는 발만 동동 굴렀다. 미국 정부는 아무 내색도 않고 곧장 엔진 300개를 추가로 내줬다. 감격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어려울 때의 친구야말로 진정한 친구”라고 말했다. 이런 게 진짜 동맹이다.

 

김태훈 특별기획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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