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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전 주일본대사 “尹정부, 한일관계 개선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추동력 잃어… 전략적 파트너십 조속 구축을” [창간36-국교정상화 60년, 이 시대의 한·일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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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3 06:00:00 수정 : 2025-02-02 2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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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 정치적 혼란 등 변화로
양국 관계 악화될까 우려 심화
日측 최근 7년 만에 방한하기도

과거사에 매달리면 미래 방치
역발상으로… 과실 나눌 교류를
지역 단위의 경제협력 제안도

한·일 관계를 개선 흐름으로 반전시키며 한·미·일 협력 강화를 이끈 것은 윤석열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로 평가됐다. 2025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사태’로 기류가 바뀌었다. 어렵고 까다로운 한·일 관계는 정상을 중심으로 정치적 추동력을 얻어야 하는데, 그 공백이 커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가 지난 1월 17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을 맞는 올해 한·일 양국 미래 협력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신각수 전 주일본대사는 지난달 1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계엄·탄핵 정국이 한·일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신 전 대사는 “윤 정부가 한·일 관계를 대폭 개선했지만 완전히 안정화되지는 않았었다”며 “이를 해 낸 주체였던 윤 정부가 이제 계엄과 탄핵으로 대행의 대행 체제까지 가면서 결단력을 행사할 위치가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2011∼2013년 이명박정부 때 주일대사를 지낸 그에 따르면 한·일 관계는 “오랜 시간 악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다가 조금 벗어난 단계”이기 때문에 양국 여론에만 좌우되다 보면 앞으로 가기 힘들다. 국가 지도자의 선제적 결단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신 전 대사는 “과거사 문제 때문에 한국인들의 대일 인식은 여전히 유보적이고, 그렇기에 반 발짝 정도 정부가 여론을 리드해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

 

일본도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신 전 대사는 “이시바 시게루 정권이 소수 연립이라 일본에서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못 건다”며 “일본 역시 ‘잃어버린 30년’ 이후 보수 우경화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여론보다 앞서는 결정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윤 정부 대일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한국이 원하는 만큼 응답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분석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2025.01.17 이제원 선임기자

현재는 한국에서의 정치적 혼란, 정권 교체 등의 변화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것에 대한 우려가 일본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일본 외무상이 7년 만에 한국에 온 것은 이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파악된다.

 

지난달 13∼14일 방한한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현충원을 참배하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했다. 신 전 대사는 이에 대해 “보통 때 같으면 일본은 관망하는 쪽이지 오지 않는다”며 “근데 왔다는 것은 한·일 관계가 모멘텀을 잃지 않도록 일본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상징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신 전 대사는 ‘포스트 탈냉전’ 시대의 대외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한·미 동맹의 진화와 한·일 전략 파트너십 신설 여부”를 꼽았다. 특히 일본과 우리가 동맹은 할 수 없지만,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단계가 되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신 전 대사는 “우리가 중국과도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일본과는 외교적으로 아무 단계도 설정돼있지 않다”며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 때문에 현재 전략적 이익을 챙기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2025.01.17 이제원 선임기자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2012년 63%로 최고치에 달했다가 2∼3년 만에 30% 초반대로 급락했다. “쌓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부수기는 너무 금방 가능한 것이 한·일 관계의 현주소”라고 신 전 대사는 말했다. 60년의 수교 기간 중 마지막 10년은 최악이었는데, 2023년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 제3자 변제’로 꽁꽁 묶인 매듭을 잘라버림으로써 이를 겨우 돌려놓은 상태였다.

 

한·일 관계를 양자 관계로만 보지 말고,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조망하면서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했으면 한다고 신 전 대사는 조언했다. 이를 위해 양국 민간 사회가 훨씬 더 긴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돼야 한다고 짚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2025.01.17 이제원 선임기자

신 전 대사는 “경제 협력을 양국에서뿐 아니라 지역이나 글로벌 단위로 하게 되면 양국 국민들이 상대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이것이 과거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사에만 매달려서 현재와 미래를 방치하면 무엇도 할 수가 없다”며 “역발상을 통해 서로 과실을 나누는 교류를 하면서 역사 문제를 다룰 여유가 생기는 공간도 만들어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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